<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국내 증시가 소상상태에 접어들면서 동학개미들의 밑천도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활활 타오르던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잔고가 감소추세에 접어들면서 동학개미들이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1949억원으로 전일 대비 8조8363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 하루만에 9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감소세다.

기록적인 예탁금 감소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종료 이후 실망 매물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빅히트 일반청약의 경쟁률은 607대1을 기록했고, 공모주 청약을 위해 개인투자자가 낸 증거금만 58조4236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빅히트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청약을 위해 모였던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올해 들어 청약 전 예탁금 증가, 청약 후 예탁금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자예탁금은 카카오게임즈 청약 당시 최고점을 찍고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월 31일 카카오게임즈 청약이 진행되면서 전일 대비 5조7708억원이 증가한 60조526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9월 4일에도 하루만에 15조8617억원이 증가한 63조258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자예탁금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열풍’이 잠잠해진 이후에는 투자자예탁금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55조6629억원에서 29일에는 53조8801억원까지 줄었으며, 지난 5일에 58조312억원으로 4조원 가량 반짝 상승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하락했다. 빅히트 청약에 자금이 일순 몰렸지만 단기효과에 불과했던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활황과 함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초대형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투자자예탁금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추석 이후 증시의 보합 추세가 이어지고, 대주주 요건 3억원 확대 등 부정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시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6일 기준 신용잔고는 16조5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7일 올해 최대 수준인 17조9023억원을 기록한 이후 7.80%가량 하락했다.

신용잔고는 코로나19가 촉발하기 시작한 지난 3월 25일 6조4075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한달여가 지난 4월 15일 8조원을 넘어섰고, 4월 29일에는 9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5월 18일 10조원, 6월 3일 11조원, 6월 15일 12조원을 넘어섰다. 7월 27일과 9월 10일에는 각각 14조원, 17조원을 돌파했으며, 9월 17일 최고점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신용잔고의 하락은 반대매매 급증에 원인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2000만원으로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사이 300억원이 넘는 반대대매는 2011년 8월 9일(311억3500만원)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중단하거나, 증시가 하락하면서 강제 청산되는 반대매매 비중이 늘면서 신용잔고도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들어 지속해서 상승해왔던 증시가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활용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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