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김수지 시민기자>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나 멋을 좇는 사람들을 일컫어 힙스터(hip-ster)라고 부른다. 힙하다 혹은 힙스터이다 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아이러니 이지만 2020년은 바야흐로 힙의 시대가 되었다.

이런 힙스터의 사상과 닮아 힙스터들의 사랑을 받는 와인이 있다. 바로 네츄럴 와인이다.

네츄럴 와인의 첫 열풍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가 이후 유럽,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가수 이효리, 랩퍼 최자가 좋아한다는 와인으로도 알려져 손님 중에 “이효리 와인 주세요.”, “최자 와인 있나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네츄럴 와인이란 무엇인가? 네츄럴이란 사전적 용어의 의미는 Natural=자연의, 천연의 형용사로 표현된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정확한 의미는 모호하며, 네츄럴 와인의 인증마크 또한 기관마다 기준이 다 달라 통일 된 것은 없다.

우리가 마시는 일반적인 와인들을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이라고 한다면 제조 공법부터 철학 모두 독자적인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와인을 네츄럴 와인이라 말한다. 단순히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은 것이 네츄럴 와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네츄럴 와인의 세계는 그보다 좀 더 복잡하다. 네츄럴 와인은 포도 껍질에 있는 자연 효모로만 발효해서 만드는데 그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포도가 무조건 유기농 이거나 바이오 다이내믹 공법으로 경작된 포도여야 한다. 왜냐면 이 자연 효모 균은 생각보다 매우 약한 균이기 때문에 비료나 농약이 들어간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포도가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기농이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작법으로, 석유를 합성해서 만든 재료가 아닌 동식물로 만든 비료를 사용해서 기르는 것을 말한다. 또 바이오 다이내믹(Bio-Dynamic)이란 우주의 순환주기 즉 천체운행을 농사에 참고하는 것으로 땅이나 주변 생명체를 해치지 않고 경작하는 방법이다. 바이오 다이내믹 기법으로 와인을 제조하는 회사 중 도멘 바쉐롱(Domaine Vacheron)은 비료로 국화 꽃이나 소 뿔을 사용하기도 한다.

네츄럴 와인은 그 종류도 기존 와인보다 힙한 구석이 있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의 종류를 크게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레드 와인,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류한다면 네츄럴 와인은 여기서 두 가지의 종류가 더 해진다. 하나는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이라 하고 나머지는 펫낫 와인(Pet-nat wine)이다. 오렌지 와인은 청포도를 레드와인을 만들 듯이 껍질까지 사용해서 만드는데 그 결과로 청포도 껍질색이 오렌지처럼 변한다 하여 오렌지 와인이라 부른다.

이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의 가장 큰 특징은 화이트 포도 품종의 향이 농축된 것처럼 강하게 나타나는 것과 탄닌이 주는 구조감이다. 일반적인 레도 와인보다 오랜 숙성이 가능하며 좋은 생산자인 경우엔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도 맛과 향이 잘 유지되어 있다.

다음으로 펫낫 와인(Pet-nat wine)은 네츄럴 와인에만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말하는 용어이다. 와인의 발효가 덜 끝나서 당분이 남아 있을 때 병에 담고 맥주병 뚜껑 같은 것으로 마무리를 하면 가벼운 탄산이 생긴다. 일반 컨벤셔널 와인 중 스파클링 와인은 숙성 과정에서 섬세한 향들이 증발하는 반면 펫낫 와인에는 이 향들이 병에 남아있다.

컨벤셔널 와인처럼 화학적 보존제를 첨가하면 첨가 할 수록 그 와인에 담겨져 있는 떼루아 즉 지역적 특성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네츄럴 와인은 그 반대이기에 떼루아가 잘 녹아있는 반면 그들만의 독특한 아로마를 갖고 있다. 혹자는 네츄럴 와인만의 특유 아로마를 쿱쿱한 먼지같다 혹은 락스뿌린 화장실 냄새 같다고도 비유한다. 

마치 홍어나 청국장처럼 몸에는 이롭지만 독특한 아로마 때문에 팬도 많고 안티도 많은 네츄럴 와인이다. 하지만 향에 강한 나라 한국에서 네츄럴 와인은 조금 더 팬층이 생길 것 같다. 네츄럴 와인의 1호 팬이였던 일본에서 네츄럴 와인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독특한 아로마가 장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것 이였기 때문이다. 뭔가 색다른게 끌리는 어느 날 뻔한 음식과 뻔한 와인이 질린다면 부침개와 펫낫, 닭발과 오렌지 와인도 힙하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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