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국내 펀드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트렌드인 ‘테크기업에 대규모 투자’와 비교해보면 대규모 성장자금이 필요한 스케일 업(Scale-ups),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적어 질적 성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투자 시장은 약정액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사모투자는 크게 벤처펀드와 PEF로 나뉜다. 벤처펀드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벤처기업이나 갓 창업한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PEF는 투자자로부터 모음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사모투자 시장은 99조원 규모로 6년 전인 2012년보다 약 2배 성장했다.

사모투자 성장은 글로벌 트렌드인 ‘저금리 환경 아래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선호 강화’의 영향에서 비롯됐다.

영국 컨설팅업체 프레친(Preqin)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모펀드 출자확대 의향 비중은 2012년 33%에서 2014년 36%, 2018년 46%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벤처펀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기준 벤처펀드 규모는 24조원으로 201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사모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5분의 1에서 2017년 부터 4분의 1규모로 증가해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2017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지난해에는 혁신창업펀드 2조원을 조성하는 등 강력한 창업·벤처 지원정책이 지속 이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벤처펀드는 지난해 4조7000억원 수준의 자금 모집이 이뤄지면서 대형화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벤처펀드의 평균규모는 321억원에 달해 2012년 대비 160%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PEF 시장은 역대 최대치(16조4000억원) 자금 모집에도 불구하고 신규 PEF 설립 급증으로 인해 평균 규모가 2012년 대비 반토막 났다. 지난해 신설 PEF 평균규모는 828억원으로 2012년 161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PEF 대형화와 초대형 테크펀드 설립이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2017년 1000억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Fund)를 필두로 초대형 펀드들이 설립되고 있다.

반면 국내 PEF 시장은 중소규모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제조업, 도소매업 등 전통산업 위주로 투자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PEF 투자 분야별 비중은 제조업 42.6%, 통신·정보 16.8%, 도소매 10.1%, 과학기술 7.8% 순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성장자금이 필요한 스케일업, 신사업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운용사들도 펀드 대형화, 투자분야 다양화 등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3월 5000억원 이상의 대형펀드 조성 유도 정책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 맞춰 정책 방향성을 바꾼 바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강준영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초대형 테크펀드라는 트렌드가 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책 방향성이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 플레이어들은 투자분야 전문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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