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이달 판매가 중단되는 무해지환급형 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도 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무해지형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권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무·저해지보험 판매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된 무·저해지보험은 896만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6년 30만건, 2017년 33만건, 2018년 171만건, 2019년 402만건, 2020년 상반기 214만건이 판매됐다. 업권별로는 생보업계 495만건, 손보업계 400만건이 팔렸다.

무·저해지보험 세부 판매현황을 보면 무해지보험이 721만건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저해지는 175만건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무·저해지보험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도 20~30% 가량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의원은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만기환급률이 높은 상품구조상 보험사가 미래의 계약해지율을 잘못 예측할 경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외국의 경우 지급불능사태도 경험했던 상품임에도 금융위는 2015년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상품을 도입했다”며 “그동안 보험사들이 높은 환급률만을 앞세워 전체 보험상품의 절반 이상을 무해지보험으로 팔아왔으나, 감독기능은 소홀해 중도해지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각 보험사들이 무해지보험 계약유지율은 삼성생명의 경우 5년간 판매한 81만건의 계약유지율이 13회차 83.5%, 25회차 54.6%로 2년 만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DB손보 역시 5년간 55만건을 팔았는데, 13회차 유지율이 88.7%에서 25회차 57.7%로 떨어졌다.

이 의원은 특히 판매된 무해지보험이 불완전판매 등으로 중도 해지되면서 소비자는 납입보험료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보험사만 중간에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며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는 “길게는 수 십년의 가입기간 동안 중도해지 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무해지보험이 국민 6명당 1명 꼴로 팔려나갔다”며 “무해지보험의 예상해지율보다 실제해지율이 월등히 높아 보험사들만 중간에서 막대한 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의 경우 무해지보험 판매 의존도가 50~70%에 달하는데, 갑자기 판매중지를 하면 이들 보험사에게 사망선고를 하는 꼴이기 때문에 연착륙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보험사들이 수 십년 뒤 만기환급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외국과 같은 무해지보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무해지보험의 판매가 종료되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일한 보장에 대해 할인된 가격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면서 소비자의 보험 보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해지보험이 불완전판매 형태로 판매돼 보험사만 이익을 취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도 있다. 설계사 상품 교육 당시 상품의 특징과 함께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지만, 일부 설계사의 수당 수취를 위한 불완전판매 방식이 무해지보험 전체에 비춰졌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해지형 상품이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가능성은 분명 있다”면서도 “계약 청약 당시 소비자에게도 반드시 알려야 하는 만큼 소비자도 인지하고 있는데, 모든 계약이 불완전판매로 이뤄졌다고 비춰지는 건 다소 억울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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