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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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염희선, 이봄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수익률이 금융업권 중 가장 낮다는 단점에도 고객들은 은행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주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우대, 수수료 할인 같은 마케팅 여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사업자로 지정된 은행·증권·보험사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87조8961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시장의 절대강자는 은행권이다. 은행권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총 96조3686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5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1%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규모인 19조원을 운용해 전체 시장점유율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이 17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지속 하락 추세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54조8225억원의 퇴직연금을 운용해 전체 시장의 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32% 수준인 시장점유율은 3년이 지난 현재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보험사들은 판매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수료도 낮췄지만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확정급여형(DB) 운용관리수수료를 최대 0.05%포인트 인하했으며, IBK연금보험도 DB형과 확정기여형(DC) 운용관리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증권사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36조705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전년과 비슷한 19%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험·증권사가 은행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도 은행권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손해보험사가 운용한 퇴직연금 연간수익률(DB형 기준)은 지난 2017년 기준 1.79%로 같은 기간 은행권 수익률(0.91%)보다 0.8%포인트 가까이 높다. 증권사 또한 지난 2017년 1.33%의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퇴직연금 마케팅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을 요청하는 회사의 입출금 계좌, 대출과 같은 금융거래를 은행이 전담하고 있어 우대 금리 제공, 대출 금리 할인 등을 통해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퇴직연금팀 관계자는 “퇴직보험제도가 퇴직연금제도로 바뀐 이후 보험사가 주도하던 퇴직금 영역에 은행과 증권사들이 진입했으며 보험사는 계속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법인영업이라 볼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을 요청하는 회사 재무담당자 입장에서는 신용도, 브랜드를 따져 봤을 때 보험·증권사보다는 은행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 증권사는 은행에 시장점유율을 더 뺏기지 않기 위해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 이동을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측면에서는 금융업권별 고객의 투자 성향 차이가 수익률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상품 운용 성향 측면에서 은행을 선택하는 고객은 보수적이며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띈 증권·보험고객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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