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끔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해 달라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받는 월급은 뻔한데, 관계 때문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우리나라 보험사와 GA(독립법인보험대리점)에 등록된 설계사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42만4767명이다. 전체 인구수(5178만명)와 비교하면 약 122명당 한 명이 보험설계사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보험설계사는 지인이 있을 수 있고, 지인은 나에게 종종 보험가입을 권유하곤 한다.

이들의 보험영업 방식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우선 고객이 그동안 가입한 보험을 확인한다. 보장은 어느정도 수준인지, 보험료는 얼마나 오래 내야하는지, 갱신형인지 혹은 비갱신형으로 특약이 구성돼 있는지 또는 가입한 보험이 어느 회사의 상품인지까지도 본다.

설계사가 이렇게 내 보험을 보다보면 빈틈이 발견된다. 보장이 적다거나 납입기간이 길고, 보험료를 터무니없이 많이 내고 있다는 등의 지적사항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미래 발생할 위험을 생각해 추가 보장을 넣어야 하며, 보험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상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하는데 있어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가입 유형이 다를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납입기간 설정과 갱신형·비갱신형 선택, 보장 설정이다.

납입기간은 보장성보험(장기인보험)의 경우 10년에서 30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여기서 차이점은 보장규모에 따른 보험료가 달라진다는 점밖에 없다.

에컨대 납입기간을 10년으로 설계하면 보험료는 비싸진다. 대신 짧은 기간에 보험료를 내면서 미래에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 당장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고, 미래 수익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납입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납입기간을 25년 30년으로 설계할 때 이점도 있다. 우선 월 보험료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대신 미래 수입이 끊길 때에도 보험료를 낼 수 있지만, 요즘 보험 상품에는 질병 발생 시 납입면제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질병 발병 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질병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약 가입 시 갱신형과 비갱신형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미래에 나이가 들고, 질병 발생 위험률이 높아지는 확률이 더해져 보험료가 비싸질 수 있다. 반대로 비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갱신형보다 비싼 대신 미래에도 똑같은 보험료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생명·손해보험 업권별 설계사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명·손해보험은 업권 특성상 상품이 다르다. 생명보험 특약은 포괄적인 보상을 비갱신형으로 많이 보장하지만, 보험료가 비싼 특징이 있다. 반면 손해보험 특약은 소비자가 원하는 특약을 개별적으로 넣을 수 있지만 갱신형 특약이 많다. 이에 생명·손해보험 설계사들은 타업권의 상품을 비난하면서 보험 갈아 태우기를 하기도 한다.

질병 보장도 설계사가 골라주는 게 아닌 소비자가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각종 질병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특약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가장 먼저 가족력을 살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질환을 최우선으로 설계하고,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에 대한 설계를 해야 한다.

보험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보험료를 내고 보험사에 전가하는 금융 상품이다. 최소 1년부터 최대 30년까지 돈을 내야 하는 제2의 인생자산이지만 설계사가 맞춰 온 설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험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소비자는 보험을 보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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