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1조6000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주요 판매사인 증권사 전·현직 CEO에게 중징계를 결정했다. 증권사 제재심을 마무리한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은행 CEO에게도 증권사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면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장들은 연임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일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3곳(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현 각자 대표에겐 각각 문책경고·주의적경고가 내려졌으며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당초 금감원은 박정림·김성현 대표에게 각각 직무정지, 문책경고를 통보했지만 이날 제재심을 통해 징계수위가 1단계 낮아졌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사전통보와 같이 직무정지가 의결됐으며, 김형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는 각각 직무정지, 주의적경고를 받았다. 김병철 전 대표도 사전통보보다 징계수위가 1단계 감경됐다.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 5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를 받게 되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는데, 문책경고는 3년, 직무정지는 4년이다.

금감원의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근거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흡’이다. 금감원은 증권사 CEO들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진행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조치안은 추후 조치대상자별로 금감원장 결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CEO에게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면서 금감원의 칼날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을 겨누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라임펀드 관련 은행권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내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12월 중 제재심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펀드 판매액은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순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에 라임펀드 판매 관련 현장검사 결과를 반영한 검사의견서를 보낸 바 있다.

은행권 제재심 역시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불완전판매책임을 CEO에게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증권사 전·현직 CEO 대부분에 중징계가 통보된 만큼, 라임펀드 판매 은행의 전·현직 임직원들도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CEO에 중징계가 내려지면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장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재심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지 못하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임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지만,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징계 시기와 수위에 따라 연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중징계를 통보받더라도 은행 CEO들은 곧바로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간 금융회사 CEO들은 중징계를 통보받으면 곧바로 사퇴하는 게 관례였으나, 올해 초 DLF 관련 제재 때는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이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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