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구경 명소, 강릉 안반데기. 별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다.
별구경 명소, 강릉 안반데기. 별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다.

<대한데일리=오은희 시민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이 예전처럼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만 바라봐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여행 온 기분이 난다. 가을 하늘은 낮에도 충분히 예쁘지만, 밤의 가을 하늘은 더 예쁘다.

이렇게 하늘이 예쁜 가을을 맞이해 ‘구름도 쉬어가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우리나라 최고의 별구경 장소 강릉 ‘안반데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밤하늘을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의 “별 보러 가자”라는 말에 급하게 안반데기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안반데기 마을이 위치한 곳은 해발 1100m의 고산지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한다. 꼬불꼬불 비탈길을 지나 올라가는 길, 안반데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기압차가 느껴졌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차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몇 번이나 침을 꼴깍 삼켜 댔다.

밤하늘을 보러 온 곳이지만, 낮의 안반데기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배추밭과 그 주변을 넓게 둘러싼 풍력발전기가 노을과 어우러져 절로 탄성이 나왔다.

안반데기 배추밭을 지키는 풍력발전기.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안반데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안반데기 배추밭을 지키는 풍력발전기.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안반데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1965년 이후 화전민들이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땅으로 현재도 20여 농가가 거주하며 광활한 배추밭을 일구고 있다. 이 배추밭은 여름 배추밭으로는 전국 최대규모라고 한다. 겨울 식물인 배추는 겨울이면 많은 곳에서 재배되지만, 여름에는 자라지 않아 안반데기와 같이 해발 고도가 높은 서늘한 곳에서만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서서 바람을 따라 춤추는 풍력발전기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복잡한 마음이 씻겨가는 기분이었다. 이른바 ‘불멍(불 보며 멍 때리기)’, ‘물멍(물 보며 멍 때리기)’에 버금가는 ‘바람멍’이었다.

한참 바람멍을 때리고 있자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찬 기운이 몸을 감쌌다.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안반데기의 강추위가 조금씩 밀려오는 것 같았다.

얼른 차에 돌아가 친구와 주전부리를 나눠 먹으며, 주변이 캄캄해지기를 기다렸다. 히터를 틀고 옷을 두껍게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다.

12시쯤 됐을까, 롱패딩으로 중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 가득 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추위도 잊고서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얼마나 많은지, 별을 품고 있는 하늘이 그 무게를 못 견디고 내 눈 속으로 별을 후두둑 떨어트릴 것만 같았다.

안반데기에선 운이 좋으면 은하수를 구경할 수도 있다. 구름이 없는 말은 날을 골라서 가면 별도 더 또렷이 볼 수 있고, 은하수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반데기 여행기를 쓰는 내내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들었는데 괜히 설레는 기분이다. 이번 주말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겉옷 하나 걸치고 나가 별 보러 가는 게 어떨까. (참고로 노래 가사에서처럼 가볍게 겉옷 하나만 걸치고 나가면 큰일 난다.)

*안반데기 마을 주소 :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

*안반데기는 ‘차박(차에서 밤을 지새우는 여행)’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여행자가 늘어났는데, 주말의 안반데기 주차장은 차박하려는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다. 안반데기의 주차비,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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