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의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별도 법인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 조직을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GA(독립법인보험대리점) 상장까지 더해져 제판분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영업조직 분리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보험업계 최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추후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앞서 한화라이프에셋, 한화금융에셋 등 2개의 자회사형 GA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최근 2개의 GA를 하나로 합병키로 결정한 바 있다. 자회사형 GA 합병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생명도 전속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고용보험 적용 등 사회적 분위기 미뤄볼 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보고 있다.

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 설립도 잇따른다. 현재 자회사형 GA를 운영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라이나생명 ▲삼성화재 ▲DB손보 ▲AIG손보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해상도 내년 설립을 목표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은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자회사형 GA 설립안을 포함한 전반적인 채널 경쟁력 강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한 하나손보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하나손보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보험대리업 중개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추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자회사형 GA란 보험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외부 판매채널을 말한다. 보험사들은 영업 인력 이탈 방지와 영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자회사형 GA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서 제판분리가 가속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GA의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된다는 점도 제판분리를 앞당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 동기(1278만건) 대비 약 14%(183만건) 늘었다. GA 설계사 수(20만4000명)도 이미 2015년에 보험사 전체 전속 설계사 수(20만3000명)를 넘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형 GA인 에이플러스에셋이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면서 GA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GA의 성장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제도권 내 진입에 따른 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가능성까지 키웠다는 평가다. 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시 GA의 판매책임이 커지지만, 전문적으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회사로 입지가 다져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 도입 문제를 비롯해 영업 환경이 위축되면서 보험사의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와 GA의 성장이 제판분리를 가속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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