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올해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환수율이 발행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0월 5만원권 환수율은 25.4%를 기록했다. 지난해(60.1%)와 2018년(67.4%)와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만원권 환수율은 70.5%, 5000원권 86.9%, 1000원권은 86.2%으로 고액권인 5만원권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과거 금융불안기와 비교해봤을 때 위환위기(1998년) 당시 고액원인 만원권의 환수율은 107.1%로 전년대비 6.5%포인트 승상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에는 95.1%로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과거 금융불안기에는 경기위축으로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감소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5만원권 발행액이 늘어나면서도 환수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환수율이 급락한 점이 과거 금융불안기와는 대비된다.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 급락의 원인으로 대면 상거래 부진을 꼽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대면 상거래에 제약이 발생하고 화폐 유통이 위축되면서 5만원권 환수액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에 타격이 컸던 과거 금융불안기와는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 등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5만원권 유통경로 중 환수경로에 부정적 충격에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시중은행 담당자 전화면담 결과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 점포와 환전영업자 거래 영업점, ATM의 5만원권 입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예비용 수요 증가도 환수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10월 지급 상위 3개 금융기관을 통한 5만원권 발행액은 전년동기 대비 8.8% 감소했으며, 3개 기관을 제외한 여태 시중은행의 발행액은 25.0% 증가했다. 이는 평상 시 농촌, 지방 산업단지 등 거래적 용도의 5만원권 수요는 감소한 반면,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예비적 목적의 5만원권 수요가 증가한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로 현금보유성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통화량(M1)이 전년동기 대비 24.0% 증가했고, 추가 금리인하 조치로 현금보유 기회비용이 더욱 낮아지면서 가치저장 및 예비용 고액권 화폐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5만원권 환수율이 다른 권종 대비 특히 낮은 수준을 보이는 이유로는 화폐의 생애주기적 특정도 언급됐다. 최초 발행 후 40여년이 지나 성숙기 이후 단계로 진입한 다른 권종보다 시중 수요가 견조하고, 유통수명 미도래로 폐기율도 낮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화폐수요와 만원권 대체효과로 5만원권 수요가 매우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시중 수요 증가세에 맞춰 한은이 5만원권을 시중에 적극 공급한 것이 그동안 환수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 원인"이라며 "향후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충분한 화폐공급을 통해 5만원권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환수율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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