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여·야가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금융위원회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제동이 걸려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실손보험은 개인 가입자가 34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가 복잡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는 극히 적다.

실제 2018년 기준 연간 9000만건에 달하는 실손보험금 청구의 76%는 팩스와 보험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종이 서류 기반으로 이뤄진다. 입원이나 통원 시 필요한 서류가 다르며, 청구 서류의 종류도 많아 소비자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했다. 실손보험금 청구가 병원에서 전산으로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비용 절감과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단체와 금융위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다수의 소비자단체는 현재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법안의 입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를 반대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을 수용해 심평원이 서류전송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의료계는 병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험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 질병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예컨대 고액의 진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가 간소화 절차를 통해 얻은 질병 정보를 이용해 ‘병력 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야당 간사와 일부 여당 의원까지 이견을 보였다”며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정신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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