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는 내년 1200%룰·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업계 판도 변화뿐만 아니라 보험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영향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1200%룰 시행으로 ‘제판분리’ 가속

1200%룰은 보험설계사가 체결한 계약의 보험료를 기준으로 첫해 받는 수수료가 120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예컨대 10만원짜리 계약 성사 시 1년간 내는 보험료인 12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규제는 보험사들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GA(법인보험대리점)의 성장으로 보험상품 판매 구조가 전속설계사에서 GA설계사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GA와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과도한 수수료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GA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해주는데, 수수료에 따라 상품을 추천한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보험사와 GA마다 수수료도 다르게 협상 돼 GA설계사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이동해 고아계약을 양산한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또 수수료 편취를 위한 불완전판매 및 자기계약 등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소비자 보호에 빈틈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사업비과 과도하게 책정되고 있으며,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모집수수료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1200%룰 시행이 예고되자 GA업계는 반발했다. 전속설계사와 GA 자체를 동일선상에 놓고 수수료를 책정하면 GA 운영비를 감당키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원수사들은 수수료 협상을 시작했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원수사들은 수수료 지급방식을 선지급형과 장기 분급형으로 구분했다.

선지급형을 선택하면 1차년도 초기 집행되는 수수료가 많아진다. 장기 분급형 선택 시 초기에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줄어드는 대신 1차년도 이후 총 수수료가 증가한다.

문제는 GA의 경우 이러한 1200%룰의 규제 준수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해당 규제와 관련해 ‘수수료 체계 개편 관련 FAQ)를 배포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모집수수료 체계 도입 적용에 대해 보험사의 질의사항에 대한 공식 답변인 것이다.

이중 보험대리점도 소속 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지급기준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은 1200%룰 시행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답변이 GA에는 적용되지만 GA 설계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GA들이 탄력적으로 수수료를 더 지급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GA가 수수료 1200%룰 미준수 시 집중 검사한다고 엄포를 한 상황이지만, 원수사들은 GA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제판분리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5일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했다. 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전속판매 채널을 분리해 자회사형 GA(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설계사를 전부 이동시킨다. 여기에 하만덕 부회장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로 이동하면서 제판분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도 중장기 경영전략인 ’비전 하이(Hi) 2025‘ 수립에 따라 지난 10월 채널전략 특별전담조직을 꾸리고, 자회사형 GA 설립 여부와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소법 시행 ’설계사 다 죽는다‘ 우려

내년에는 금소법도 시행된다. 금소법이란 금융상품에 대해 정보제공부터 사후관리까지 투자사의 의무를 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게 핵심이다.

금소법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 재발 방지 일환으로 제정됐다. 그중 보험업과 관련된 사안도 담겼는데, 제정안을 보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선 불완전판매 유형에 따라 기존보다 최대 10배 높은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보험업법과 하위법령은 법령을 위반한 대상에 대해 위반종류와 정도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 법인 700만원, 보험설계사는 3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설명의무 위반 시 법인은 7000만원, 보험설계사는 3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적정성 원칙을 위반하면 보험설계사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위법계약해지권 도입도 보험업계의 우려를 자아낸다. 보험계약 상 위법이 존재하면 최대 5년 이내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게 핵심인데, 블랙컨슈머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시 설계사가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은 합당하지만, 과태료 수준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금소법 관련 회원사들의 의견과 요구사항 등을 취합한 의견서 초안을 마련했고, 보험대리점협회도 금융당국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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