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높은 손해율로 보험사들의 한숨을 자아낸 실손의료보험이 네 번째 수술대에 올랐다. 내년에는 보험료가 최대 20% 가량 인상될 조짐이며,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가 예고됐다.

◇손해율 고공행진…보험료 인상 가능성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지만, 실손보험 손해율은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장기인보험 손해율이 소폭 줄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대조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1.7%로 나타났다. 오히려 1년 전과 비교하면 2.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른 실손보험 적자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18년 1조2000억원이었던 적자는 2019년 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내년에는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다. 특히 2009년 실손보험이 표준화되기 이전 상품을 판매했던 손보사들이 움직임에 나섰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등은 내년 1월 실손보험이 갱신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료 인상 예고문 고지를 했다.

예고문을 받은 고객들은 2009년 10월부터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과 2017년 3월 판매된 ‘신 실손보험’ 가입자들이다. 표준화 이전 상품 가입자들은 갱신 시기가 내년 4월인 관계로 예고문을 아직 발송하지 않았다.

예고문에는 예상되는 보험료 인상률과 최종 확정된 인상률에 따라 보험료를 공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표준화 실손보험 가입자는 최고 20% 초반대, 신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최고 10% 초반대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러한 인상률을 반영할 경우 내년 4월 갱신 시기가 도래하는 고객은 최고 30%대 보험료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예고

실손보험 손해율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많을수록 보험료 인상 폭이 커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손보험 가입자 중 대부분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음에도 보험료가 크게 인상된다는 점이다. 소수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이 대다수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았고, 무사고자를 포함해 전체 가입자의 93.2%는 평균 보험금(62만원) 미만을 지급받았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17년 4월 신 실손보험을 출시한 지 불과 3년여 만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내년 7월 나온다. 새롭게 출시될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했다는 게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상품의 주계약(급여)과 특약(비급여)을 모두 가입할 경우 보장 범위는 종전과 동일하게 대다수의 질병·상해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자기부담금도 높아진다. 현행 실손보험은 급여 10·20%, 비급여 20%로 자기부담금이 설정돼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급여와 비급여 자기부담금이 각각 10%씩 인상된다. 과도한 의료행위자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높임으로써 의료 쇼핑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보험료는 최대 70% 저렴해진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 시 2017년 출시된 신 실손보험과 비교해서는 약 10%, 표준화 실손보험 대비로는 약 50% 싸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약 70% 보험료가 낮아진다.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고 관련 통계가 누적되면 보험료 차등제도 적용될 예정이다. 보험금 청구가 많은 사람은 보험료 증가폭이 크고, 청구하지 않았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할인·할증 적용 단계는 현재 5단계로 구분했다. 가입자 비중이 72.9%로 가장 많은 1등급은 보험금 청구가 없는 소비자로, 5%의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2등급은 100만원 미만의 보험금 청구자로 보험료가 동일하다.

3등급부터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3등급은 150만원 미만 청구자로 100%의 보험료가 할증되고, 4등급은 300만원 미만 청구자로 200% 할증, 5등급은 300만원 이상 청구자로 300% 할증된다.

또 재가입 주기도 기존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

이처럼 기존 실손보험에 대한 부담은 늘리고,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 방침이 결정되면서 현행 실손보험 갈아태우기 유도 영업도 내년부터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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