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 KDB생명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의 품에 안긴다. 주요 경영지표가 불안정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KDB생명을 JC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는다.

KDB생명의 매각가는 총 5500억원 규모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생명 구주 93%를 JC파트너스가 2000억원에 사들이고, 3500억원은 유상증자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2010년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금호그룹 대신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떠안았다. 당시 인수가는 6500억원이었고, 유상증자 등까지 포함하면 약 1조원을 KDB생명에 투입했다.

산은은 이후 2014년부터 KDB생명 매각에 나섰지나 세 차례 실패했고, 지난해 9월 말 매각 공고를 통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했다.

사모펀드의 품에 안기는 KDB생명은 우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DB생명의 경영 상태를 보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주요 경영지표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795억원으로 양호한 편이다.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전년 대비 각각 0.04%포인트, 0.66%포인트 올랐다.

지급여력(RBC)비율도 228.42%로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150%를 웃돌며 양호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2017년 경영 상태가 악화된 이후부터 자산운용의 근간인 수입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KD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9월 기준 2017년 2조3835억원, 2018년 2조1108억원, 2019년 1조9810억원, 2020년 1조9798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증가세도 일시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KDB생명은 2017년 경영위기에 직면하면서 30% 가량의 본사 직원을 구조조정했고, 지점의 절반을 축소했다. 단기간 내 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인력 감축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사모펀드로 인수된 롯데손보의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절차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0월 대주주가 JC파트너스로 바뀐 후 1년간 명예퇴직 등으로 4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 M&A(인수합병)에서 구조조정 문제는 불가피하다”며 “인수사에 맞게 체질 개선하고, 빠른 시일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JC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재보험사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당국도 오는 2023년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의 보험부채 구조조정 방안으로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KDB생명의 공동재보험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 일부를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외에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를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KDB생명의 상황을 보면 공동재보험사 전환이 최선의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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