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시행 첫 날인 29일 오후 1시 20여분경 서울에 한 저축은행은 앞은 그야말로 문의하는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내방고객 10인 이하’에 1년 기준 2.0%가 넘는 ‘매력적인 금리’가 더해진 탓에 유독 사람이 많았다.
영업점 내방 고객 10명 이하 시행 첫 날인 29일 오후 1시 20여분경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은 그야말로 문의하는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내방고객 10인 이하’에 1년 기준 2.0%가 넘는 ‘매력적인 금리’가 더해진 탓에 유독 사람이 많았다.

<대한데일리=이승리 기자> 두꺼운 외투를 입었지만 추웠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 매서운 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더 낮아진 탓이었다. 하지만 야외활동에 주의하라는 ‘한파특보’를 뚫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고객’이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고강도 조치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발발 초기 계좌의 만기 해지, 자동연장을 유선 등의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제공했던 것에서 ‘예방을 위한 대고객 서비스’는 시작됐다. 이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에 맞춰 은행과 저축은행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영업점의 영업 단축을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일부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으로 변경됐다. 이후 28일까지로 예고됐던 영업시간 단축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연장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29일부터는 은행과 같이 ‘영업점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언, 11번째 고객은 영업점 밖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실제로 시행 첫 날인 29일 오후 1시 20여분경 서울에 한 저축은행은 앞은 그야말로 문의하는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내방고객 10인 이하’에 1년 기준 2.0%가 넘는 ‘매력적인 금리’가 더해진 탓에 유독 사람이 많았다.

왜 영업점 내에 들어가지 못하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어디서 대기해야 하는지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냐 청원경찰은 영업점 문 앞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영업점 입구에 서 있는 청원경찰에게 번호표를 보여주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는 질문을 한 중년의 여성고객은 ‘앞으로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기자 역시 “번호표를 뽑고 밖에서 기다려야 하나”는 질문에 나섰다. 고객 응대를 맡은 청원경찰은 “옆에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언제쯤 오면 대기 없이 일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문 열자마자 오시는 게…”라고 대답했다.

그나마 3층에 위치하고, 저축은행 바로 옆 공간을 대기실로 활용해 찬 바람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저금리 시대에 0.1%포인트라도 금리를 더 받으려는 손님들이 발길이 이어지면서 ‘혼잡’은 피할 수 없었다.

바로 옆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대기실에도 사람이 많을까? 대기실에 들어가니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는데, 주로 중년층과 노년 고객이 많았다. 디지털금융이 활성화되면서 365일 24시간 손 안에 금융사가 있다지만, 여전히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서툰 고객은 영업점을 찾았다. 단지 ‘영업점 내’에서 ‘영업점 외’로 대기장소가 바뀌었을 뿐 감염의 위험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들었던 조언이 있었던 만큼 이튿날인 30일은 영업 시작 전 저축은행을 찾았다. 오전 9시 25분에 도착하니 이미 4명이 대기 중이었다. 다섯 번째 줄을 서니 뒤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처음 줄을 선 중년의 고객은 “어제 1시에 왔다가 기다리기 지겨워서 다시 왔다”고 말했다.

‘영업점 내 10인 이하 고객 유지’ 시행 둘째날인 30일 풍경이었다. 시행 첫날 영업점 밖 기다림을 맛본 고객들은 둘째 날 ‘영업 전 줄서기’에 나선 것이다.

오히려 아직 영업 전이라 바로 옆 대기실도 이용하지 못했고, 적정한 간격을 안내해주는 직원도 없었다. 협소한 공간으로 2m 이상 거리두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연했다. 저축은행 역시 영업 전부터 고객을 챙기는 것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후 9시 30분 문이 열리면서 기자는 청원경찰이 나눠주는 5번 번호표를 받고 영업점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 줄을 서있던 3명이 더 번호표를 받고 영업점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어제보다 낮아진 정기예금 금리를 듣고 아쉬워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영업점 앞에 처음 줄을 선 중년 고객 역시 1번 번호표를 받아들고 창구에 앉아 정기예금 금리를 확인하고 볼멘소리를 털어놨다. ‘어제 그대로인 줄 알았다. 어제 141번 번호표를 받고 1시간 30분을 기다리다가 갔는데…’라며 속상해 했다.

2번 번호표를 받아든 노년의 고객 역시 금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활용해 어제의 금리로 가입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추위와 내려간 금리가 무겁게 각각 양 어깨에 내려앉았다.

같은날 인근에 있는 또다른 저축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1층에 있는 이 저축은행 역시 오전 9시 20분 기준 4명이 아직 열리지 않은 영업점 앞에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중년 이상의 연령으로 두꺼운 점퍼를 입고 모여있었다. 앞에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영업 전이라 대기실을 안내하거나 2m 이상의 거리를 두라는 안내도 없었다. 이 역시 당연했다. 영업시간 전 고객의 추위를 살피는 것까지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저금리 기조 속 그나마 나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을 찾은 ‘디지털금융 소외인’은 ‘영업점 밖 대기’라는 또 한 번의 소외를 받지 않기 위해 추위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디지털금융 세상 속에서도 ‘상실의 시대’를 걷는 사람은 존재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