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원이 넘는 주식 투자자금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장채권은 같은 기간 6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주식 유출, 채권 유입’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주식시장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은 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 월평균 1조6000억원 이상 투자하며 견조한 유입세를 나타냈지만 지난달 중반 이후 투자자금이 유출로 전환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대규모 매도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한국 성장 전망 악화와 원화 약세의 영향이 크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지수를 변경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한국 비중을 줄인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중국A주의 비율은 지난달 5%를 시작으로 오는 8월과 11월에 각각 5%씩 추가 편입돼 총 15%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A주 비율 확대는 결국 MSCI 신흥국지수에서의 한국 비중 축소로 이어져 최종적으로는 외국인의 한국물 매도로 연결되는 셈이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달에만 6조1000억원 늘어나며 월간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와 금리인하 기대, 재정거래 유인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주식은 대체로 신흥국 중 우량국가로, 원화 채권은 지수 내 신흥국 분류 시에도 선진국으로 인지된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채권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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