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디지털금융 확대로 은행권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점포 폐쇄가 디지털 소외계층 확대, 은행원 고용 불안 등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노조 회의실에서 2021년 1차 금융노동포럼 '은행의 점포축소 현황과 문제점'을 개최하고 현 은행권 점포축소 현황 점검과 함께 일자리 축소,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한 소외계층 발생 등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좌장으로 참석했으며,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대안 선임연구위원이 국내은행 영업점 변화 추이와 실태의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조혜경 선임연구위원은 2001년 이후 대한민국 은행산업의 성장을 3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자산 구조와 영업이익 등을 분석했다. 국내 은행업의 구조는 외국 은행업과 다르며,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2013년 이후 점포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이익경비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많은 연구가 국내 은행의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이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은행의 디지털뱅킹화 전환을 위한 비용에 비해 수익성 개선에 대한 전망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정책 차원의 문제점 또한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 육성정책은 은행 점포 구조조정 배후의 구조적 요인이다”라고 말하며 “디지털 금융이라는 경쟁의 판을 제재 없이 제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라 강조했다.

비대면 영역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있지 않는 등 변화된 시대에 맞는 금융당국 차원의 정책 방향성 설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국진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2026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은행의 점포축소는 이러한 상황과 상반되는 행보”라 말하며 금융의 디지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고령층의 입장에서 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은행 경영진 또한 점포 유지가 은행의 신뢰성과 건정성을 유지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점포를 줄이기보다는 유지하며 국민경제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호걸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KEB하나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사례를 들며 점포 축소가 진행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언급했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점포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 50여 곳의 점포가 줄어드는 등 타 시중은행에 비교했을 때에도 빠른 점포 축소 속도를 보이고 있다. 

최호걸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의 디지털화와 함께 점포 축소의 새로운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KEB하나은행의 경우 무리한 점포 축소를 진행한 결과 지나치게 높은 업무 강도, 민원 수 증가, 고용 불안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를 고려하는 정책 역시 금융공공성을 회복하는 하나의 길”이라며 사측 또한 장기적이고 공적인 관점에서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아닌 고용 안정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외국계 은행의 점포 축소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지난 10년간 씨티그룹 차원의 대규모 점포 폐쇄,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여 국내 43개 점포만이 남았으며, 올 1월 4개 점포 추가 폐쇄를 앞두고 있다. 

진창근 위원장은 “점포 축소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동반하며, 인력 감축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행 내 파견, 파견·용역직 해고, 신입 직원 채용 중단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을 발생시킨다”며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 뱅킹 가속화는 한국씨티은행이 금융생태계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급속화로 진행되고 있는 점포 폐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은행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허가산업으로서 금융공공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융의 공공적인 기능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을 보였으며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해 노사, 그리고 금융당국 차원에서 단순한 효율성과 일자리 유지에 대한 논리를 넘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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