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성향을 20% 밑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주요 은행지주사의 배당성향이 25~27%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전년과 순이익이 같다고 가정하면 배당금을 5분의 1 넘게 줄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금리 기조, 대출 규제, 이익공유제에 이어 배당 축소 악재까지 겹치면서 은행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기초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1997년 위환위기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장기회복의 U자형과, 장기침체의 L자형 모두 전 은행의 자본비율이 최소 의무비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배당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U자형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은행이 상회했지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 은행이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는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금융위는 국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포함)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경우 자율로 배당을 실시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했다. 

이번 권고의 적용기간은 2021년 6월 말까지이며 권고 종료 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기존대초 자율 배당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배당 자제 권고가 지속된 대외 악재에 이어 은행권 주가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있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은행권의 기존 악재는 크게 3가지다.  

일단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핵심이익인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인하되고 0.5% 수준에 머물면서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지난해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1.40%를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마진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업권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있는 상황"이라며 "NIM의 회복만이 주주들이 기대하는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출 규제 역시 은행권 주식가치 제고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 잡기와, 대출을 통한 주식투자를 막기 위해 전방위 대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고액 신용대출 한도 제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대표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의 한 축은 가계대출에 대한 지속된 규제로 영업 축소가 예상된다"며 "대출 영업 제한은 은행권 수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주장도 은행 주가에 의구심이 들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융업의 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금융권 이익공유제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적용 중인 대출 상환 유예 재연장, 금리 인하, 불가피한 경우 이자 수취 중단, 신용등급 하향 조정 유예와 함께 금융권의 5000억원 규모의 사회연대기금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금융권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며 "배당 축소 이슈와 함께 은행주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의구심을 주기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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