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올해도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학개미의 직접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등이 마련됐지만 개인투자자를 다시 불러모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주식형 펀드는 총 26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170억원이 유입됐으며,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90억원이 유입됐다. 

2월의 시작은 자금이 유입되며 한숨 돌린 모습이지만, 올해 자금 순유입 전망은 밝지 않다. 2월 1일 기준 혼협형 펀드에만 76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고, 채권형 펀드에는 5480억원, 머니마켓펀드(MMF)에는 1조490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관심에서는 여전히 한발짝 멀어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외면했다. 지난 1월 중 주식형 펀드은 총 1조83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서학개미 등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는 1조76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2조1600억원이라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에는 주식형 펀드에서 총 5조8940억원이 순유출됐는데 이중 국내 주식형 펀드는 6조919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1조250억원이 순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외면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은 동학개미운동과 연관돼 있다. 최근 코스피, 코스닥 등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활황이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환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주식투자는 국내 주식투자보다 번거롭기 때문에 펀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 주식투자는 유튜브, 서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접투자 역량을 키울 수 있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투자신탁(사모)의 최근 매매 동향도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투신은 코스피 시장에서 최근 3개월동안 7조7039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2조230억원으로 순매도했다. 연기금과 함께 최근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매도하고 있는 주체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투신의 순매도 자금이 개인투자자들의 지속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대량 자금 유출에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도 영향이 있다. 펀드의 자산 부실화와 수익률 저하로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나고, 피해자들이 발생하면서 이를 지켜본 개인투자자들이 펀드 자체에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악재들로 인해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침체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있다. 수익률 확대와 개인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이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실망에 가까운 편"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도입, 판매보수 제도 정비, 온라인판매 활성화 등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펀드의 2~3%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한 방안들이며, 운용보수 및 판매보수 개선만으로는 시장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주식 직접투자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바탕으로 한 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세제혜택과 같은 당근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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