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공매도가 오는 5월부터 시총 상위 주식을 대상으로 일부 재개된다. 금융당국은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무차입공매도 감시 강화를 통해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모습이다.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개인투자자를 외면한 기관을 위주로 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재개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제1차 임시회의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3월 15일 종료)의 연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NAVER, 현대차, 삼성SDI, 롯데케미칼, 한온시스템, 삼성화재, 우리금융지주, 빅히트, 금호석유, 신풍제약, 강원랜드, 영풍, 대상, 휴켐스, 두산, 넥센타이어, 락앤락 등이,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씨젠, 알테오젠, 엘앤에프, 천보, 에스티팜, 동국제약, 메지온, 에이스테크, 차바이오텍, 비츠로셀, 네오팜, 에이치엘사이언스 등이 공매도 대상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머지 종목은 재개·금지 효과, 시장상황을 감안해 재개방법 및 시기를 별도로 결정하기로 했다"며 "공매도 금지조치와 함께 시행됐던 1일 자기주식 취득 특례조치는 5월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시총 상위 주식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 일부 재개 조치에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시점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를 살짝 넘긴 5월까지만 공매도 금지를 부분 연장한다는 포퓰리즘 정책 실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최근 주식투자 열풍이 부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을 살만한 정책 결정을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마련 등의 이유 없이 선거 이후로 미룬 것은 의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도 개인투자자들의 걱정거리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대기자금(투자자예탁금)이 70조원을 넘어서는 등 개인투자자의 기록적인 시장 유입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매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신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 측은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이론,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며 "코로나19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의 공매도 금지기간 및 재개 이후 주가상승률과 같은 기간 금지하지 않는 국가의 주가상승률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금융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기 상황에서도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불법공매도 처벌 수준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4월 6일부터 불법공매도에 대해 과징금은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형사처벌은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처벌수준이 미약해 불법공매도 억제효과가 적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측은 형법에 따라 유기징역이 최대 30년(가중 시 50년)까지 부과될 수 있어 최대 20년 징역이 가능한 미국보다 높은 수준의 처벌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본 및 독일은 징역 없이 금전 제재만 부과하는 국가도 있다"며 "이번 제재에 대하 외신 및 외국인투자자는 공매도 처벌 수준이 매우 강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무차입공매도 사전 차단에 대해서도 한국거래소 측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무차입공매도 사전차단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시스템 구축이 시장 전체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해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잔고 확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집중돼야 하고 확인과정에서 주문체결속도가 크게 저하돼 거래지연과 투자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도 밝혔다. 

국내시장이 증거금 없이 주식을 빌릴 수 있어 무한정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일부 주장도 기관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국내 대차시장에서 주식을 차입하기 위해서는 대여자에게 빌리고자 하는 주식의 가치 이상의 담보를 대여자(또는 중개기관)에 제공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100만원 어치 주식을 빌리기 위해 평균 135만원 상당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대치사장의 경우에도 증거금률 및 담보비율이 국내와 다를 수 있지만, 주식 차입 시 담보 또는 증거금을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내 개인투자자도 증권사가 정하는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현금(또는 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공매도 거래(신용대주 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식 대여·차입 시 수기로 이뤄지고 있어, 입력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고 불법 거래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미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식의 대여·차입 시 의사교환은 메신저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대여·차입거래는 예탁원, 증권금융 및 증권사 같은 중개기관을 통해 이뤄지며, 주식의 대여·차입 내역은 모두 중개기관에 전자적 형태로 저장, 보관된다"며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차입하는 자는 주식 차입 관련 정보를 5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과 부과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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