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GA 채널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영업 조직 규모가 큰 대형 보험사들의 진입이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내달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전속 설계사 영업조직을 이전해 GA 영업을 본격화한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을 수년간 이끌어 온 하만덕 전 부회장(대표이사)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사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바 있다. 견조한 실적으로 미래에셋생명의 성장을 주도한 하 대표의 이동으로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한화생명도 오는 4월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차질 없는 출범을 위해 막판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약 540개 영업기관과 1400여명의 임직원, 2만여명의 설계사 조직을 물적 분리를 통해 자회사형 GA로 이전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고용불안, 복리후생 박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이 고용 안정 보장과 지점장 정규직 신분 보장, 현재 근로조건 유지 등에 잠정 합의하며 갈등이 해소되기도 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에는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내정됐다. 구 내정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추진 업무를 총괄했으며, 30년간 현장을 지켜온 보험영업 베테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생명의 경우 지난해 8월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하며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출범 당시 영업조직 규모는 100여명 안팎이었으나, 리더스금융 GA의 10개 사업부(약 4000명)를 인수하며 영업조직을 확대했다.

생명보험사들이 제판(상품 제조와 판매)분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GA를 설립하면서 기존 GA 시장을 위협하는 초대형 GA가 등장한 것이다.

특히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의 영업조직이 그대로 이동한 한화금융서비스의 존재는 GA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다.

일반적으로 설계사 수는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업계 1위 GA코리아보다 큰 영업조직과 원수사 특유의 탄탄한 영업 교육을 기반으로 한화생명이 GA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어서다. GA코리아의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5049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전하는 지점장의 경우 현재 손해보험상품 판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손해보험 상품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GA 경쟁이 원수사에 유리하게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수사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타 업권 보험사에 맞춤형 오더메이드(주문에 의한 제조) 상품을 주문할 수 있어서다.

또 GA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이후 불완전판매 문제 등으로 업계 내 GA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가운데, 보험사 자회사형 GA에 계약을 몰아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 설립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의 경우 GA에 없는 상품 제조 능력을 갖춘 만큼 분석을 통한 맞춤형 상품을 손보사에 요청할 수도 있어, 시장 경쟁에서 GA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19일 자회사형 GA 마이금융파트너의 설립 신고를 마쳤고, 오는 4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