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축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내달 6개 점포가 문을 닫는 것을 포함해 올해만 13개 점포가 자취를 감춘다. 민영화 취소 이후 지속된 소매금융 축소 전략에 금융당국의 엄포도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3월 중 화성지점, 부평지점, 금남로지점, 산본지점, 대덕지점, 해운대 지점 등 6개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달 문을 닫은 반월지점과 남울산지점, 동대문지점, 춘천지점, 그리고 지난달 폐쇄한 경주지점, 의정부지점, 마산지점을 포함하면 올해만 총 13개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산업은행 점포는 올해를 제외하고도 꾸준한 감소 추세다. 2019년 9월말 기준 74개에서 2020년 9월말 기준 70개로 줄었고 올해 13개 폐쇄를 포함하면 57개 점포만이 남게 된다. 1년사이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점포가 사라진 섬이다.

산업은행 측은 점포 폐쇄의 이유로 개인금융보다 기업금융에 집중된 업무 성향을 꼽았다. 개인고객을 위한 예금이나 대출 전략은 축소하면서,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과거 민영화 추진이 반려된 이후 소매금융에서의 역할을 지속해서 축소해왔다"며 "KDB다이렉트로 대표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 축소, 개인대출 영업 축소 등 전략 변화가 이뤄지면서 점포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점포 축소로 인해 기존 개인고객들의 불편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 영업을 축소했다고 하더라도 기존 개인고객들의 예적금, 대출, 펀드, 보험 등 서비스 이용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매금융 축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영업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영업점당 예수금은 6745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1672억원이 증가했으며, 대출금은 같은 기간 2206억원 증가한 1조7455억원을 기록했다. 직원1인당 예수금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43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31억원이 증가했고, 대출금은 370억원으로 같은 기간 34억원이 늘었다.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점포를 축소했다지만, 정작 점포를 통해 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고객들을 외면하는 국책은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큰 폭으로 점포를 줄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금융당국은 최근 들어 디지털금융 확대와 경영효율화 등을 이유로 점포를 크게 줄이고 있는 은행권을 대상으로 경고장을 던진 바 있다.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은행권에 공개 경고장을 날렸으며, 이후 금융위원회의 은행 점포 폐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 참여 방안, 금감원의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시 강화, 점포 폐쇄 전 고객에 대한 영향평가 수행 등의 점포 폐쇄 방지 방안을 잇달아 내놓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소매금융을 축소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단기간에 폐쇄할 명분이 있다"며 "하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빠르게 점포를 폐쇄하는 조치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며, 기존 고객들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