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케이뱅크가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다. 최근 울며겨자먹기식 금리인하 전략을 시행하면서, 시중은행과 금리 차별화를 노렸던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업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주력상품 중 하나인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11일부터 인하한다. 만기별로 3개월과 6개월은 각각 1.80%와 2.10%를 유지하지만 1년은 0.05%포인트 내린 2.45%로 결정했다. 2년과 3년 역시 각각 0.05포인트 내린 2.50%와 2.55%를 주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3월과 4월에도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지난 3월 9일 케이뱅크는 코드K정기예금과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코드K정기예금은 만기별로 봤을 때 1·3개월은 0.20%포인트 내렸고, 6개월·1년·2년·3년은 각각 0.15%포인트 인하했다. 주거래우대 정기예금도 만기별로 0.10%포인트 내렸다. 

지난 4월 20일에는 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만기별로 0.20~0.30%포인트 내렸으며,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은 0.10%포인트 일괄 인하했다. 

케이뱅크의 금리인하는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별화 전략을 희석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초기 목표였던 '높은 수신금리와 낮은 대출금리' 약속을 고객과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케이뱅크 정기예금(코드K, 주거래우대)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2.10%다. 이는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은행의 정기예금 금리(2.20%)보다 떨어진다. 지방은행인 제주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주요 정기예금보다도 금리 경쟁력이 낮다. 이번 6월 수신금리 인하로 인해 시중은행과도 금리 격차가 더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수신금리 인하는 증자 실패로 제때 자본확충을 하지 못해서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을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약 975억원의 자본금을 수혈한 바 있다. 그러나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금으로는 부족했다. 따라서 지난 1월부터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다시 추진했지만 KT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무산됐고 건전성과 영업에 문제가 불거졌다. 

지속된 적자로 인한 손실, 그리고 이를 만회할 자본확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케이뱅크로서는 대출을 중단하거나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해 여파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자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 중단, 수신금리 인하 같은 반쪽짜리 영업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케이뱅크의 수신금리 인하는 반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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