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연금시장 공략을 위해 예열을 마쳤다. 올 상반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연금사업부문을 개편하고 관련 전략을 수정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퇴직연금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28일 WM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계열사인 국민은행에는 기존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하고, 연금사업본부에 연금기획부와 연금사업부를 둬 업부를 분담했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도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특히 연금기획부는 지주와 은행, 증권, 손해보험 등 계열사 겸직체계로 운영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연금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룹 통합 퇴직연금 플랫폼을 만들고,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인력도 증원한다. 이외에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퇴직연금 업무를 통합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그룹 퇴직연금 부문에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해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퇴직연금 사업역량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달 공식 출범하는 신한금융 퇴직연금 사업부문은 지주와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이 참여한다. 지주 퇴직연금사업부문장이 계열사 3곳의 부문장을 겸임하는 방식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초년생 고객을 대상으로 생애주기펀드(TDF 2050)을 출시해 상품 라인업을 업그레이드한다. 이와 함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특별지시로 퇴직연금 수수료 합리화 방안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비대면 플랫폼인 신한플러스에는 퇴직연금 전용 플랫폼 스마트연금마당을 구축하고,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전문센터 고객관리체계를 고도화한다. 신한금융투자도 퇴직연금부서인 DC전담팀의 고개관리노하우를 계열사와 공유한다. 

하나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을 통해 연금사업 의지를 표출했다. 함영주 은행장의 특명 아래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연금사업 부문을 강화했다. 웰리빙그룹에 연금사업부와 은퇴설계센터로 구성된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한 것이다. 

연금사업본부 격상은 올해 KEB하나은행이 처음 시도한 일이다. 관련 부서의 위상을 강화해 연금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연금 관련 비대면 온라인채널을 개편했고, 지난 5월에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개소해 연금고객을 위핸 서비스를 강화했다.  

올해 들어 금융권이 연금에 힘을 쏟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147조원대였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19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안으로는 적립금이 2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나 퇴직연금은 최장 20~30년간 운용되는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오랜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캐쉬카우 역할도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1.01%로, 예금 이자 수준에도 못 미친다. 운용방법별로 봤을 때 원리금보장형이 1.56%이고, 실적배당형은 3.82% 손실을 입기까지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며 "10인 미만 사업장 의무가입 대상이 늘어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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