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각 사(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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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최근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퇴직연금 취급 확대가 유동성비율 규제를 준수하는데 유리한 상황에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자,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이번달부터 확정기여형(DC)‧개인형(IRP)과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 각각 연 2.7%, 연 2.5%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는 지난 3월보다 각각 0.2%포인트 인상된 수준이다.

SBI저축은행도 지난 3월 DC형·IRP 기준 연 2.2%, DB형 기준 연 2.3%까지 떨어졌던 퇴직연금 금리를 1일 기준 각각 연 2.50%, 연 2.7% 까지 0.3%포인트, 0.4%포인트 올렸다.

JT저축은행의 경우 DC형·IRP, DB형 퇴직연금 금리를 지난 3월보다 각각 0.37%포인트 올린 연 2.57%, 연 2.67%를 적용하고 있다.

유진저축은행도 DC형·IRP와 DB형 퇴직연금 금리를 각각 0.41% 올린 연 2.61%, 2.71%를 지급하고 있으며, 페퍼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금리도 0.11%포인트 인상한 DC형·IRP 연 2.71%, DB형 연 2.61%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예상 밖 선전으로 퇴직연금 취급액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지난 3월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신 규모와는 달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묶인 대출 규모는 크게 키울 수 없어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다시 퇴직연금 금리를 인상했다. 이유는 유동성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유동성비율은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저축은행의 경우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에 대해 현금성 자산(대출) 10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1년 만기 예금상품을 통한 수신액 확대보다 장기상품인 퇴직연금을 통한 자금 확보가 유동성비율 규제 준수에 더 효과적인 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경우 자금 조달을 위해 보통예금 금리 또는 퇴직연금 금리를 인상한다”며 “특히 퇴직연금은 퇴직 시까지 자금이 지속 유입되는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기보다는 퇴직연금 금리를 인상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대형 저축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 요인이다.

지난달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기준 퇴직연금 신규 취급액은 5685억원에 달했으며 SBI저축은행도 5000억원을 돌파했다. JT저축은행도 올해 초 1000억원을 넘어서며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주거래 고객이 적고 고객의 금리 민감도가 높은 만큼, 일부 저축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실적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저축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상황에 따라 고객의 이동이 많다”며 “일부 저축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실적 확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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