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반면 노인 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노인 빈곤율과 낮은 공적연금 비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와 복지혼합 실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일 발간한 ‘한국의 노인 빈곤과 노후소득보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7.2%로 집계됐다.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호주에 비해 13.5%포인트나 더 높은 수준이다.

근로연령층의 빈곤율과 퇴직연령층의 빈곤율 차이도 한국이 가장 컸다. 한국은 2003년 전체 빈곤인구 중 66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7.9%였으나 2014년 49%로 급상승했다. 이는 청장년 빈곤율 대비 5.4배 이상 높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이 근로연령층의 빈곤율과 퇴직연령층의 빈곤율 간 차이가 크지 않고 상당수 국가가 오히려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 빈곤율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중인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2017년 2.8%에 그쳤다. 주요 OECD 국가들이 고령화에 도달한 당시 평균 7.05%를 노인에 대한 지출로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었다.

노인단독가구의 경우 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9%에 그쳤으며 노인부부가구도 소득의 22.5%에 불과했다. 2003년 기준 공적연금 소득이 90.6%를 차지한 네덜란드, 프랑스(88.5%), 독일(86.7%), 스웨덴(85.9%), 이탈리아(81.1%), 영국(72.1%), 아일랜드(62.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 결과 공적연금만으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노인 비중도 낮았다.

최저생계비만으로 빈곤을 탈출 할 수 있는 7.4%였으며 중위소득 50% 기준으로는 6.4%에 그쳤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를 모두 합한 공적이전소득만으로 빈곤을 탈피할 수 있는 노인의 비율도 최저 생계비 기준으로 16.9%,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14.9%,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11.1%로 높지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높은 노인빈곤율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적 노후소득보장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 △적립방식의 국민연금 △하향식 공적연금 확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공적연금과 기초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 등을 꼽았다.

적립 방식으로 초기 연금을 시작할 경우, 연금이 성숙되기 전까지 노인들은 자력으로 살아가거나 가족의 사적 이전에 의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노인은 빈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하향식 공적연금 확대 방식으로 인해, 노후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 가장 늦게까지 대상 범주에 포함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급여를 합하더라도 중위소득 50%에 이르기 힘든 구조다. 2017년 기준 특례를 제외한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급여잔액은 50만원으로 1인 기준 중위소득의 약 30%에 불과하다.

주요 OECD 국가들의 공적연금 보험료는 근로소득의 거의 20%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노사 각각 4.5%로 총 9%만을 부담하며 정책구조가 보수적이라는 점도 노인 빈곤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 연구위원은 “노인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대와 보편주의에 기반해 노인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한 복지국가 사례를 중심으로 현실적 대안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합리적 대안마련, 이해 당사자 대표체 간의 양보와 타협 뿐 아니라 국민 설득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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