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페이스북이 개발한 암호화폐 ‘리브라(Libra)’가 상용화되면 자금세탁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암호화폐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발행해 송금과 결제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지향한다. 일반적인 가상통화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반면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기존의 화폐 또는 상품 등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

리브라는 허가형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통화로 초당 1000건의 거래 처리가 가능하다. 고객은 법화 등을 입금해 리브라를 구매하고 전자 지갑에 저장·활용할 수 있다. 리브라 보유를 위한 전자지갑은 누구든지 만들 수 있으며, 페이스북은 자회사 칼리브라가 만든 지갑모듈을 사용할 예정이다.

리브라는 초기 해외송금 위주에서 온·오프라인 상거래 활용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리브라가 다른 암호화폐보다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격 변동성을 제한해 지급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사용자가 많은 페이스북이 개발해 범용성 역시 확보됐다는 판단이다.

페이스북은 24억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도 각각 15억명, 10억명에 달한다.

여러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회를 구성하면 범용성은 더 커진다. 리브라는 비자·마스터카드·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업체는 물론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할 계획이다.

리브라의 범용성은 기존 금융시스템엔 위협이 될 수 있다.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24억명)가 각자 은행예금의 10분의 1만 리브라로 옮겨도 리브라 적립금은 2조달러(한화 2356조원)이 넘는다. 이 경우 은행의 지불능력 하락, 대출금 감소, 막대한 해외자금 이전으로 인해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기·외환위기 시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 발생 가능성도 있다.

외화로 교환 가능한 리브라는 위기 시 대규모 국가 간 자본이동, 환율 및 자산가격 변동성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리브라를 통한 환전 및 해외송금이 자유로워지면 자본이동과 관련된 각국의 정책 대응 능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리브라는 P2P(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이전이 가능해 기존의 감시·감독 체계로는 관리가 곤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브라는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이 불분명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위는 “리브라는 가치변동성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취급업소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 투기로 인한 본질적 가치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발행량 조정 메커니즘이 불명확하고 준비금과의 상관관계도 모호해 리브라 발행량 증가에 따라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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