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생명 본사
메트라이프생명 본사

<대한데일리=이봄 기자> 메트라이프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지 1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다. 영업력을 갖춘 은행권과 계열사가 있는 대형 보험사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3월 기준 총 0원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세를 보였다.

2011년 1358억원에 달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이듬해부터 확정급여(DB)형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계속됐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11년 1292억원의 DB형 퇴직연금을 운용했지만 2012년 51억원에 그치며 1년 사이 1200억원의 넘는 적립금이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DB형 퇴직연금의 자금 이탈이 지속돼 2016년 0원이 된 이후 추가 적립금을 쌓지 않고 있다.

DB형 적립금 이탈은 메트라이프생명이 법인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 영업을 중단한 탓이 크다. DB형은 기업이 가입 주체인데 법인영업을 중단하다 보니 신규 고객을 유입할 통로가 사라진 것이다.

다만 전속설계사 중심의 개인 영업을 통한 퇴직연금 판매 길은 열어둬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의 자금 유입은 확대됐다. 2010년 45억원에 그쳤던 DC형은 2016년 238억원으로 400% 넘게 성장했다. 개인형IRP도 3억원에서 2014년 14억원으로 11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DC형과 개인형IRP 역시 지속된 자금 이탈로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각각 1200만원, 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기존 적립금을 모두 정리해 메트라이프생명이 운용하고 있는 DC형 개인형IRP 퇴직연금은 총 0원인 상태다. 올 1분기 퇴직연금 사업 정리를 완료한 셈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시장 철수는 메리츠화재, 하나생명, ING생명, MG손해보험, 수협은행에 이은 여섯 번째다. 메리츠화재는 2012년 말 퇴직연금 신규 영업을 중단한 뒤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자 등록 말소를 받았으며 하나생명도 2013년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ING생명도 수익성을 이유로 2015년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 말소 신청을 했으며 수협은행은 2016년 철수를 선언했다. MG손해보험은 사업자 지위는 보유하고 있지만, 적립금이 없어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사업 철수가 지속되는 데는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큰 은행권과의 금리, 수수료, 브랜드 인지도 경쟁에서 밀린 영향도 있다. 또한 보험업권 내부에서도 계열사가 있는 대형사, 대기업 위주의 과점 현상이 심화돼 중소형 보험사들은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향후에도 퇴직연금 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기 위해 관련 적립금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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