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생명 본사
메트라이프생명 본사

<대한데일리=염희선, 이봄 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연간 180조원을 넘어서며 성장하고 있지만 중소형 사업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하며 과점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고금리 출혈경쟁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400만원으로 전년보다 175억원 이상 줄었다. 제도별로는 확정기여형(DC)이 1200만원, 개인IRP가 200만원, 확정급여형(DB형) 적립금이 0원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1000만원대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1300억원에 달했던 메트라이프생명 퇴직연금 적립액은 2012년 142억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지속 100억~2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급속도로 줄어든건 법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중단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2013년부터 법인영업 없이 전속설계사 중심의 개인영업만 진행 중이다. 때문에 기업이 가입 주체가 되는 DB형의 경우 지난 2016년 적립액이 모두 빠져나간 뒤 신규 취급액이 없다. 퇴직연금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속설계사가 판매하는 DC형, 개인형IRP도 힘이 빠진 모습이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일반적으로 단체영업, 법인영업이 주를 이루지만 메트라이프생명은 설계사를 통한 개인영업만 열어둔 상태”라며 “개인의 가입 수요가 적다보니 자연스레 적립금이 줄었으며, 회사도 사업 전략 차원에서 퇴직연금을 적극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소형 퇴직연금 사업자의 사업 철수 수순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사업자 중 최하위를 기록했던 수협은행은 지난 2016년 일찌감치 사업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015년 1300억원에 달했던 퇴직연금 적립액은 2016년 575억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으며 2017년 적립액이 모두 빠져나갔다.

지난 2015년에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이 시장 진출 7년 만에 사업을 포기하며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 말소를 받았으며, 메리츠화재와 하나생명 역시 각각 지난 2012년, 2013년 퇴직연금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반면 금융그룹, 대기업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장 과점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총 187조원 가운데 상위 3개사(삼성생명, 신한은행, 국민은행)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0.6%포인트 오른 32.31%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생명이 12%(24조원), 신한은행이 10%(19조원), 국민은행 9%(17조원)다.

상위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장 과점에는 지주사나 오너기업 계열사 물량을 상대적으로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점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과 대기업 계열사들이 계열사 물량을 흡수해 많은 적립액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시장서 중소형사들이 설자리가 많지 않다”며 “결국 중소형사는 상위사보다 높은 금리, 낮은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손익이 나지 않아 출혈경쟁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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