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상해, 질병, 사망 등 우리가 살면서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꼽힌다. 그러나 워낙 용어가 어렵고 복잡하다 보니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저 설계사의 권유대로 가입한 뒤 보장이 좋겠거니, 싸게 가입한 것이겠거니 위안한다.

그러나 보험은 가입연령이나 보장내역, 가입기간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상품은 아니다. 보험료가 비싸면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고 보험료가 너무 저렴하면 보장내용이 허술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부담하는 보험료 이상으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확인하는 지표 중의 하나가 ‘보험가격지수’다.

보험가격지수란 업계 평균 보험료 대비 나의 보험료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보험사별 동일한 유형의 보험상품을 비교한 뒤 내가 가입한 보험의 보험료가 업계 평균보다 비싼지 저렴한지 알 수 있다. 업계 평균 보험료는 100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평균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100 이상이면 평균보다 보험료가 비싸다고 본다.

모든 보험상품에는 설계사 수당, 운영비 등 보험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보험 가성비가 높다는 것은, 보험사가 떼어가는 사업비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입한 암보험의 보험가격지수가 95라면, 평균(100)보다 떼어가는 사업비가 적어 가성비가 좋다. 반대로 배우자가 가입한 암보험의 보험가격지수가 110이라면, 보장이 비슷한 다른 종신보험보다 사업비가 많이 들어 가성비가 떨어진다.

보험에 가입하기 전 여러 보험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만약 종신보험에 가입한다면 비슷한 보장의 여러 상품 가운데 보험가격지수를 이용해 1차로 걸러낼 수 있다. 보험을 리모델링 할 때도 유용하다. 보장이 중복된 보험이 여럿이라면 보험가격지수가 낮은 상품 위주로 남겨두는 전략을 짤 수 있다.

보험가격지수는 보험 상품설명서에 명시되어 있고,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내 공시실에서 <상품 비교공시>를 클릭한 뒤 보험종류, 보험사, 보험상품을 선택하면 보험가격지수가 함께 나온다.

보험 가성비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추가납입제도’가 있다. 처음 보험료를 납입할 때는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추가 납입분에 대해서는 사업비를 제외한 2% 내외 계약관리비용만 부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직장인이 각각 30만원짜리 연금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A는 가입 당시 월 30만원짜리 개인연금에 가입했고, B는 월 10만원짜리 개인연금에 가입한 뒤 20만원을 추가 납입했다. 이때 A는 보험료 30만원에서 사업비 10%(3만원)가 떼인다. 반면 B는 보험료 10만원에서 사업비 10%(1만원)가 떼인 후 추가납입 20만원에 대한 계약관리비용 2%(4000원)이 추가로 떼인다. 둘은 같은 보험료의 연금 상품에 가입했지만 보험사에 부담하는 수수료는 2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따라서 보험 가입을 고려 중이라면 당초 계획보다 보험료를 낮춰 가입한 뒤 추가납입을 활용하고, 이미 보험이 있는데 비슷한 상품으로 추가 가입을 원한다면, 기존 상품에 추가납입 기능을 추가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게 낫다.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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