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판단 기준이 모호해 직장 현장에서는 의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용노동부 자료를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동과 판단 기준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했을 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을 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때 성립한다. 

지위 측면에서는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인 점을 악용했을 때 괴롭힘이 인정된다. 대리와 과장, 과장과 부장, 팀장과 팀원, 회사원과 대표이사 관계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 

관계 측면에서는 △다수(집단)와 개인 간 우위 △나이·학벌·성별·출신 지역·인종 차원에서의 우위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우위 등 범위에서의 우위를 통한 괴롭힘을 인정한다. 또한 △노조·직장협의회 같은 근로자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우위 △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우위 △정규직·비정규직 간 우위까지 인정해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운 경우 모두 괴롭힘이 인정된다. 

업무범위를 넘어선 지시도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업무상 필요하지만 사회통념에 비췄을 때 부적합하면 괴롭힘에 해당된다. 또한 업무수행을 빙자하거나 편승해서 발생했을 때도 괴롭힘이 인정된다.  

신체·정신적 고통을 줬을 때는 객관적으로 피해사실을 입증하면 괴롭힘이 인정된다. 만약 괴롭힘 행위자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가 없었어도 당사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문제로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발생하고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때도 괴롭힘이 된다. 당사자와 괴롭힘 행위자의 관계, 행위 장소와 상황, 피해자 반응, 행위 내용이나 정도, 지속성 여부를 종합해서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고용노동부는 상사가 업무상 질책으로 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했을 때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무 성과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려나 질책은 적정 범위로 본다. 하지만 인격 모독, 근거 없이 반복되는 질책은 괴롭힘에 해당한다.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 지점장이 다른 지점장과 같은 방식으로 매일 행원들의 성과를 점검했다면 예외가 될 수 있다. 또 회사 팀장이 업무시간 외에 카톡이나 전화로 업무유관성이 있는 유관부서 직원에게 업무협조를 요청했다면 괴롭힘에서 제외된다. 

업무 중 사적 용무를 지시하거나 사생활을 묻는 것도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가해자인 선배가 후배인 피해자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해서 말하면 괴롭힘이 된다.

과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던 김 과장이 김 대리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 애인 생겼냐"하고 몇가지 연애 관련 질문을 했다면 괴롭힘까지는 아니다. 다른 성적 질문이 없었고, 이후 반복해서 연애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아서다. 

근로계약서 외의 업무를 부여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임원이나 인사부서 협의도 없이 상사의 지시만으로 회사 회의실에서 몰래 업무시간에 영어를 가르쳐야 했고, 이 때문에 다른 직원보다 1시간 일찍 출근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이 회사 거래계약상 문제가 발생해 급하게 과업지시서 작성을 업무연관성이 덜한 하급자에게 지시하고, 야근을 한 경우라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없다. 

같은 근로자 사이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 업무상 역량이 뛰어난 직원이 그렇지 못한 동료에게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압박한다면 괴롭힘에 해당한다. 

근무시간 이외에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직원 간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도 책임을 물 수 있다. 사적 공간에서 괴롭힘이 발생했더라도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했고, 업무 관련성이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 가능하다. 다만 순수히 개인 간 갈등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 해당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상사가 퇴근 후 주말이나 저녁에 술에 취해 팀 모바일메신저 단체채팅방에 하소연하는 글을 올리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답을 요구하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행위가 팀원들을 힘들게 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조항이 없는 점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되, 처벌보다는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예방·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며 "노동존중 문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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