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본점.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산업은행이 비대면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민영화 취소 이후 소매금융 동력을 상실한 결과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5월 4일부터 인터넷 개인자산관리서비스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자산관리서비스는 각 금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현황 및 거래내역을 웹 스크래핑을 이용해 한 화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계부를 활용해 수입·지출을 관리해 이용자의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도 제시한다.

주요 서비스로는 계좌통합관리, 가계부, 재무설계, 재무컨설팅이 있으며, 여러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에 흩어진 계좌현황, 거래내역을 관리할 수 있어 출시 당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경쟁력 상실을 이유로 폐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소매금융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었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략 강화를 위해 비대면 종합산관리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 자산관리#(샵), 신한은행 쏠리치, 농협은행 스마트핌이 대표적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탑재한 신규 비대면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소매금융보다는 정책금융에 힘을 쏟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인터넷 개인자산관리서비스의 낮은 이용률과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자산 현황과 가계부 내역은 폐지 전까지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대표 비대면 상품군 중 하나였던 Hi 입출금통장도 인터넷에서 가입할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4일부터 가입채널 일원화 전략을 이유로 Hi 입출금통장의 인터넷 가입을 중단했다. 기존에는 인터넷에서 Hi 입출금통장 가입 신청 후 실명확인을 하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업점에서만 신청과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 영업점 수가 74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앞으로 Hi 입출금통장 가입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전략 목표가 혁신성장을 필두로한 정책금융으로 돌아선 이상, 소매금융 서비스의 단계적 축소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선택과 집중에 따라 비대면 금융서비스 역시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민영화 취소 이후 꾸준히 소매금융 부문 축소 전략을 실행해왔다. 

이 결과 여·수신 규모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여신은 121조2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6295억원 감소했다. 이중 기업여신은 4조5286억원 줄어든 120조4588억원, 가계여신은 1조1008억원 줄어든 82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 수신도 4조9368억 줄어든 37조6947억원을 나타냈다. 유가증권 잔액도 2조9207억원 줄어든 57조4624억원을, 대출금은 2조311억원 줄어든 131조692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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