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강정욱 기자>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도입이 유력해지면서 간편결제 시장의 재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결제를 위한 NFC단말기 수가 부족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애플이 인수한 모비웨이브 국내 도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오는 30일부터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관련해서 공식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 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승부수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간편결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간편결제는 카드업계의 본업을 위협하고 있는 경쟁자로 시장 패권이 바뀌면 대응 전략을 새로 짜야 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에 발간한 ‘지급결제시장 변화와 카드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221조원이며 지난 201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57%에 달한다. 삼성폰 전용 간편결제앱인 삼성페이는 2019년까지 국내 시장 1위였지만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진출 이후 근근히 수성하고 있는 처지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삼성페이를 선호했던 삼성핸드폰 사용자들이 이탈하면 순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

10대부터 30대가 애플폰을 선호하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이 발표한 유저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를 사용하는 국내 고객 연령층 중 약 86%가 10~30대로 집계됐다. 아이폰12 모델의 경우 10대 비중이 37%를 차지했다. 특히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폰을 사용할 경우 왕따를 당하는 일까지 확산되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 후 시간이 지나면 10대들이 주력 소비자층이 되는 만큼 애플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단행해도 결제에 필수적인 NFC단말기의 부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현재 국내 가맹점 내 NFC단말기 보급률이 10%에 휠씬 못 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가맹점에 설치하려면 최소 3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카드가 NFC단말기 설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여신전문금융법 상에는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기재돼 있다. 물론 NFC단말기 설치 비용을 주는 것은 직접적인 보상금 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NFC단말기 설치를 하면 애플페이 내 내장된 현대카드로 결제한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결과적으로 현대카드와 거래하도록 유도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애플도 단말기 설치 비용을 지원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애플페이 국내 흥행이 보장되지 않아 비용만 날릴 수 있고 다른 국가에서도 NFC단말기 설치를 부담한 전례가 없다.

양사업자 모두 NFC단말기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비접촉 결제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애플이 2020년 인수한 모비웨이브를 애플페이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모비웨이브의 앱을 사용하면 핸드폰을 NFC단말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앱을 실행후 결제를 누르고 카드를 핸드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NFC단말기 설치 없이도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애플페이 국내 도입 전이고 모비웨이브에 대한 정보도 국내에서는 제한적인 만큼 파급력에 대해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문제없이 애플페이 사용을 할 수 있다면 NFC단말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지금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한 삼성페이도 최초 출시 당시 가맹점에서 결제방법 교육 및 보급에 시간이 걸렸던 만큼 모비웨이브의 앱에 가맹점주와 국내 소비자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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