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글로벌 펀드의 국내투자 잔액이 지난해 2580억달러를 기록했다. 패스브펀드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선진국투자 펀드와 동조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국내투자 글로벌펀드 잔액은 2580억달러로 2009년 말(894억달러) 대비 2.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증권투자 전체(2.6배)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주식·패시브펀드 중심으로 확대

국내투자 글로벌펀드는 자산별로 주식, 성격별로 패시브펀드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주식펀드는 1493억달러 증가해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90% 내외를 차지했다. 전체 글로벌펀드 내 주식펀드 비중이 70% 초반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유입된 자금은 상대적으로 주식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펀드 성격별로는 패시브펀드 비중이 확대됐다. 패시브펀드는 2009년 185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63억300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유출입(월별 잔액 대비 유출입 비율 기준)은 전체 글로벌펀드와 뚜렷한 동조성을 보였다. 

2010~2023년 중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와 전체 글로벌펀드의 유출입간 상관계수는 0.73으로 시기별로 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완만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이후 0.84까지 상승했다. 

글로벌펀드 중 신흥국투자 펀드와 동조성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선진국투자 펀드와 동조성도 강화되고 있다.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와 선진국투자 펀드와의 상관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하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22년 이후 신흥국투자 펀드와 상관계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유출입 변동성은 축소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변동성은 축소세를 지속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4년 중 변동성은 0.8%였지만, 2015년 이후에는 완만히 축소돼 0.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이전에는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변동성이 대외요인보다 국내요인에 더 크게 영향받으면서 글로벌펀드 변동성의 2배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를 반영하는 국내요인의 변동성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투자행태
등을 나타내는 대외요인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와 글로벌펀드와의 변동성 차이가 축소됐다. 

자산별로는 채권펀드, 성격별로는 패시브펀드의 변동성이 더 컸다. 2010~2023년 중 국내투자 채권펀드의 변동성(1.5%)은 주식펀드 변동성(0.7%)의 약 2배 수준이었으며, 패시브펀드의 변동성은 1.0%로 액티브펀드(0.7%)의 약 1.5배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사이클과 동조성 강화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유출입은 미 달러화지수 변동과 뚜렷한 음의 관계를 나타내는 등 글로벌 금융사이클과 동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기별로 글로벌 금융사이클 긴축기에 동조성이 더 뚜렸했다. 이는 위기 기간에는 글로벌 자본유출입이 대외요인(push)에, 안정기에는 대내요인(pull)에 주로 영향받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위기기간에는 글로벌 자본 유출입이 대외요인에 공통으로 영향받으면서 글로벌 금융사이클과의 동조성이 강화되고, 안정기에는 상대적으로 개별국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면서 동조성이 약화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글로벌펀드의 국내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투자 글로벌펀드의 유출입 변동성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투자 펀드와의 동조성이 강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도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패시브펀드 비중 확대, 글로벌 금융사이클 긴축기의 동조성 강화 등은 국내 금융·외환부문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글로벌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시브펀드의 확대는 외국인 증권자금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사이클 긴축기 중 국내투자 글로벌펀드 유출입의 동조성 강화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압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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