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임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종료했고, 윤종원 행장은 공식 취임식을 열었다. 여당과 금융당국, 각계 노총이 타협에 힘을 보탰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윤종원 신임 행장과 대화를 통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일부터 진행해온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종료했으며, 윤종원 신임 행장과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휴일과 야간, 명절을 가리지 않고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노조는 직원들의 우려와 바람을 전달했으며, 신임 행장은 은행의 미래 비전과 경영철학을 밝히는 토론이 이어졌다"며 "정부 여당, 노동계 대표자들과 함께 노사 공동선언문을 작성했다. 합의의 신뢰성과 실현성을 높이기 위한 사실상의 연대보증이며 정부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에 당정의 실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공동선언문 내용을 보면 노조가 취할 수 있는 실리는 다 취했다는 평가다. 공동 선언문은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일괄전환 직원의 정원통합(계획 승인) 문제 해결,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노조가 반대하면 미추진, 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협의, 인병 휴직(휴가)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기업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는 직무급제 도입이나, 주주와 경영진의 반대에 번번히 부딪히고 있는 노조추천이사제, 희망퇴직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문제에 노조가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한 관계자는 "공동선언문의 내용에 대해 앞으로 노사가 모두 합의할 지는 미지수지만 여당의 도움을 주겠다고 확답했기 때문에 노조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라며 "강한 노조의 힘으로 다른 공기업들이 부러워할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윤종원 행장은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고 자신의 경영 전략을 밝혔다. 

윤종원 행장은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혁신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을 강조했다. 먼저 고객중심의 업무방식과 조직문화로 신뢰받는 은행이 돼야 하며,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실력의 원천은 사람”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와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힘쓸 것”을 약속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튼튼한 자본력을 갖추고,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여 ‘생활 기업금융’으로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통과 포용을 통해 변화와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일터, 신바람 나는 IBK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사 갈등이 마무리됐지만 업계에서는 윤종원 행장의 행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간금융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 행장이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외부 출신 행장들의 경우 자신들의 치적을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전략이나 용어를 도입하고, 기존 전략과 괘를 달리해 은행을 운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략 노선을 변경하고 브랜드를 바꾸면서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려는 것이 외부출신 은행장의 특징"이라며 "윤종원 행장이 과도한 성과 욕심보다는 내부의 이야기를 듣고 기존 행장들의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이어받아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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