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우려한 사람들이 미리 현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요 8개국(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을 대상으로 최근 화폐 발행 동향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체로 각각 화폐 수요 증가율이 평시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위기 전인 2019년 증가율 대비 2.4~3.0배,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은 같은 기간 2배 이하로 상승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민간의 화폐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위기 이전 2019년 3~8월 5%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2020년 3~8월 평균 13%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11%) 높은 상승세다. 

일부 금융기관 창구에서 거액 현금 인출 수요가 확대되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현금을 인출하는 것보다 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연준이 실시한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민간의 거래용 현금 보유가 17%, 예비용 현금 보유가 88% 각각 증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답한 응답자는, 거래용 현금보유액은 평균 71%가 늘었고, 예비용 현금보유액은 평균 427% 증가했다. 

유럽연합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019년 3~7월 평균 5% 수준에서 2020년 3~7월 평균 9% 수준으로 상승했다. 

권종별로는 고액권은 200유로권이 가장 높은 91%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2020년 3월 이후 발행증가액 중 비중은 50유로권이 가장 높은 82%를 차지했다. 

캐나다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2019년 3~7월 중 평균 5% 수준에서 2020년 3~7월 중 9% 수준으로 상승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3월 초 민간의 화폐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준비자금을 보유가능 최대치의 90% 수준으로 늘렸지만, 금융기관의 인출 지속으로 4월 말에는 이 수준이 약 70%로 하락했다. 

또한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코로나19 이후 실시한 현금 보유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금을 보유한 인구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개인별 현금 보유액은 크게 증가했다. 

일본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3%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코로나19 이후 6% 수준으로 상승했다. 권종별로는 초고액권인 10000엔권이 증가분의 97%를 차지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화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과 봉쇄 조치로 일반의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서전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 때문이다. 

미국, 캐내다, 러시아 등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시중은행 지점과 ATM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 조치가 사전에 현금을 비축하고자 하는 수요를 유발했다. 

또한 화폐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급 및 화폐 교환 수요에 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적극 현금 확보에 나선 점도 영향을 줬다. 금융기관들은 봉쇄령으로 인한 현송 중단 등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 보유 규모를 확대했다. 

경제주체들이 안전자산와 안전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을 선호하면서 예비적 화폐수요가 증가한 점도 원인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200유로권 발행잔액 증가율이 12%를, 일본은 10000엔권이 화폐발행잔액 증가분의 97%를 기록해 고액권을 중심으로 한 예비용 화폐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현금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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