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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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해외 대체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점 취급한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투자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통합적인 리스크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신용평가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 이재우 선임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리스크에 노출된 금액)는 연평균 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증권사와 보험사의 유동성 위험, 자산 포트폴리오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체투자 시장은 부동산 및 특별자산 펀드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 8월 기준 대체투자 펀드 규모는 216조원으로 연평균 23% 성장했다. 해외 대체투자 펀드 규모도 같은 기간 연평균 38% 늘어난 104조원으로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이재우 선임연구원은 대체투자가 확대된 이유로 저금리 추세와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팽창을 꼽았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는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과 부동산 침체 우려 확대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이 선임연구원은 “금융 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꺾이면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국내 부동산 시장 정체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관심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나면서 증권사와 보험사의 대체투자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8개 증권사와 10개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기준 증권사와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는 각각 13조9000억원, 15조4000억원으로 총 29조1000억원이다. 2017년 말 기준 총 14조2000억원, 지난해 말 21조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는 증권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는 2017년 대비 278% 증가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높은 위험을 부담하고 수익률을 추구하는 후순위와 지분성 투자 비중도 45%에 달한다”며 “인프라, 부동산 대체투자 모두 후순위 및 지분투자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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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부분은 증권사가 셀다운(재판매) 목적으로 취급한 물량이다. 증권사들이 셀다운을 위해 취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6개월 이상 미매각된 익스포져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6월 기준 6개월 이상 미매각된 증권사 익스포져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 증가 속도는 보험 대비 뚜렷하다”며 “증권사는 리스크가 높더라도 수익이 높은 물건을 지속 찾아나설 것으로 보이며 경쟁심화로 미매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과거 PF대출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증권사는 최근 차입부채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우발부채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장기 자산 투자 확대, 미매각 리스크, 우발부채 증가로 유동성 대응능력이 약화될 시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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