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통일로 NH농협 본점 앞에서 집회 가진 ‘홍콩ELS피해자모임’
서울 중구 통일로 NH농협 본점 앞에서 집회 가진 ‘홍콩ELS피해자모임’

고심 끝 예정 시일을 훌쩍 넘겨 발표된 배상안. 이복현 금융감독원의 깜짝 사과가 있었지만 판매사와 가입자의 팽팽한 입장 차 줄다리기는 여전하다. 결국 홍콩ELS 가입자는 원금 전액을 찾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정오를 향해 가는 시간 서대문역, 출구를 나서기 전 ‘5번, 6번 출구가 어디야’라는 말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패딩을 입고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웃 같았던 이들이 변한 건 출구를 나서면서다.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스텝들은 지상으로 사람이 올라올 때마다 ‘탄원서 작성부탁드립니다, 탄원서 작성 안하신 분들, 탄원서 먼저 작성하실게요, 탄원서 작성 하셨어요’라는 말을 건네며 서명을 받았다.

또 ‘대국민 금융사기’라는 띠와 머리에 동여매고 ‘초고위험상품 AI가 대신 설명’, ‘재가입자, 신규가입자 차별없이 모두 원금 보상하라’ 피켓을 건넸다.

그렇데 띠를 머리에 동여매고 피켓을 든 이들이 홍콩ELS가입자로 변신해 투쟁에 나섰다. 배상안 발표 후 처음으로 진행된 집회인 만큼 시작 후 30분이 채 되지도 않아 농협 건물을 지나 다음, 다다음건물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단연 눈에 띄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인데, 현장은 질서정연했다.

다만, 중구 통일로에 위치한 NH농협 본점은 평소 지하철과 이어져있던 통로를 닫았다. 출구 밖 정문 역시 굳게 닫혀 있었고, 팬스를 경계로 해 경찰의 통제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 건 15일인 오늘, 정오를 기점으로 서울 중구 통일로에 위치한 NH농협 본점 앞에서 ‘홍콩ELS피해자모임’ 집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홍콩ELS피해자모임 관계자는 “1부 집회 공식적으로 1시(까지) 진행하고, 1부 끝나면 3시 30분 전후로 뱅크런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차례에 집회에 이어 가입자들이 세 번째 거리로 나와 예금인출까지 선언한 이유는 원금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발표된 배상안의 배상비율이 당초 요구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서 한 가입자는 “아직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배상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금 전액 배상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입자들이 속해 있는 홍콩ELS피해자모임 측의 입장도 같다. 이들은 집회 안내문을 통해 홍콩ELS사태의 주범이 은행이라며, 금융감독원에 대한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국 전액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배상안을 두고 판매사와 가입자간 간극이 크다는 혼란을 틈타 영업 중인 법무법인도 있었다.자율배상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며 볼펜과 사무장 명함이 포함된 전단을 나눠주자 현장에서 즉석으로 상담 절차를 묻는 가입자도 여럿이었다.

고령의 남성 가입자는 민원을 먼저 접수해야 하는지,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상담을 먼저 받아야 할지를 묻자 해당 법무법인 관계자는 “저희는 이미 소장도 다 써놨다”며 안심시켰다. 전단을 4분의 1로 접어 반대편 백지 공간에 볼펜으로 메모하며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조심조심 다가와 5명이 함께 왔다며 다섯자루의 볼펜을 손에 쥐고 대열로 돌아간 중년의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왜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부과할 과징금을 자신에게 돌려줄 수는 없는 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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