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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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정부가 코스피 급락에 대응해 공매도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규제 강화 첫날 공매도는 여전히 전년보다 두배 이상 많은 거래가 이뤄졌으며, 코스피는 4년여 만에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898만2000주에 달하는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공매도 거래대금으로 따지면 6633억원 가량이다. 정부가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8933억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지난해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인 318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코스닥 시장은 규제 효과가 더 미미했다.

지난 11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량은 총 2053만1000주로 거래대금은 1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매도 규제 강화 전인 지난 9일 거래대금보다 오히려 9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공매도 규제 강화 조치를 꺼내든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 주문 금액이 늘어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구조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당일 주가가 5%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존에는 6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으로 완화된 것이다. 코스닥 역시 기준을 기존 5배에서 2배로 낮추기로 했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종목은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을 코스피 2배, 코스닥 1.5배로 하는 지정기준을 신설했으며,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의 공매도 금지기간은 현행 1거래일에서 10거래일로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 확대가 3개월로 한정돼 운영되는 만큼 코스피 낙폭 축소에 영향을 주기 어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강화된 공매도 규제가 첫 적용된 지난 11일 코스피는 오히려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908.27선까지 내려앉았다.

IBK투자증권 김예은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동시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종목에 대해 투자자 환기 또는 주가 하락 가속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큰 폭의 하락 자체를 방어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3개월로 한정돼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과열종목 확대보다 더 강화된 규제인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전반적인 공매도 금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는 개별 주식의 적정가격 발견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어 시장 전반적인 공매도 금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두 차례(2008년, 2011년) 공매도 금지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전이를 막기 위해 국제공조 하에 실시했으며, 상황별 컨틴전시플랜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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