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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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연일 바닥을 찍으면서 글로벌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가연계증권(ELS)이 잇따라 조기상환에 실패하고 있다. ELS 상품 대부분이 오는 2023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원금 손실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기상환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글로벌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하고 있다. 조기상환일이 돌아온 일부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이 불가능해 다음 상환일까지 상환이 미뤄졌다는 내용의 공지를 전달받고 있다.

ELS는 주가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결합증권상품이다. ELS는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진행하며 조기상환 시 기준가격이 정해진 녹인 구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야 조기 상환된다. 투자자들은 통상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첫 번째 조기 상환 시점에 원리금을 회수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글로벌 증시 종가 기준 총 2개의 ELS 상품이 원금손실 위험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했다. 이달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중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품은 총 18개에 달한다.

NH투자증권도 지난 18일 유로스탁스50(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의 월지급쿠폰 지급에 실패했다. 유로스탁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 19000’ 상품 역시 기초자산 지수가 발행일 대비 35% 이상 떨어지면서 녹인 구간 아래로 진입했다. 만약 만기 시까지 유로스탁스50 지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유로스탁스50지수와 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4개의 상품이 원금손실 손실구간에 진입했으며, 삼성증권은 지난 16일에만 총 14건이 녹인 구간을 하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유로스탁스50지수와 니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6개의 공모 ELS와 1개의 사모 E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해 조기상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KB증권도 2차 조기상환일이 돌아온 ‘KB able ELS 제1177호’가 조기상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미상환됐다고 공지하고 있다. 특히 이 상품은 최초 기준가격 평가일부터 자동 조기상환일 평가일까지 모든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일정 수준 아래까지 떨어지면 증시 회복과는 상관없이 상환되지 않아 원금손실 위험성이 더 높다.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 상품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기초자산은 유로스탁스50이다. 지난달 말 기준 ELS 미상환 잔고 70조원 중 유로스탁스50지수는 42조원에 달한다.

현재 유로스탁스50지수는 코로나19 이슈로 지난 18일 종가 기준 2385.82까지 떨어져 52주 최고가 대비 38.2% 급락했다. 유로스탁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녹인 구간이 45~60%에 분포돼 있는 만큼, 유로스탁스50지수가 더 떨어지면 대부분의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다른 글로벌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 니케이지수도 52주 최고가 대비 30.6% 떨어졌으며, S&P500도 지난 18일 2398.10으로 장을 마감해 52주 최고가보다 29.3% 떨어졌다. 코스피200지수도 251선까지 낮아져 30% 가까이 급락했다.

증권업계는 유로스탁스50지수가 2000선을 하회하면 고객의 원금 손실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홍콩 항셍지수가 급락하며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고점 대비 35% 하락한 수준에서 안정화 되면서 미상환으로만 이어졌다”며 “현 상황도 지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미상환 운용이 늘어나 증권사의 헤지 비용 증가로 손실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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