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증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로 주요 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및 파생결합증권(D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데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마친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모두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3% 감소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역시 각각 1023억원,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34.1%, 24.2% 줄었으며, NH투자증권도 전년 동기보다 72.4% 급감한 322억원을 나타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214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증권사 실적이 둔화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유로스탁스50, 니케이지수, S&P500지수와 같은 주요국 지수가 최고가 대비 50% 하락하자 ELS, DLS와 같은 금융파생상품에서 운용손실이 발생했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초 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증거금을 납부 요구(마진콜)가 발생해 손실을 떠안게 된다. NH투자증권도 이머징 마켓 통화 약세 및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해외채권 평가손실, 글로벌 지수 변동성 확대 및 유가 급락으로 인한 ELS‧DLS 손실이 순익에 반영됐다.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의 경우 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도 영향을 줬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연기한 펀드 설정액 1조5587억원 중 3분의 1 수준만 상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도 자산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에 KB증권은 올해 1분기 라임자산운용 관련 총수익스왑(TRS) 거래에세 400억원 손실을 인식했으며 19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다만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부문에서 유일하게 체면을 지켰다.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저점 매수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주식 거래량이 폭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4% 넘게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이 1432억원을 기록해 전체 수익의 40.7%를 차지했다. 해외 주식 잔고도 7000억원 증가한 8조300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를 보였다. NH투자증권도 전년 동기보다 61.8% 늘어난 1032억원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을 올렸으며, 브로커리지 MS도 8.2%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투자는 840억원으로 같은 기간 70.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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