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종윤·종훈 형제 기자간담회 현장 
21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종윤·종훈 형제 기자간담회 현장 

유가증권, 코스닥 등 657개사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28일을 앞두고 전운이 맴돌고 있는 기업이 있다. 경영권을 두고 펼쳐지는 표 대결부터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주주제안까지 박빙의 승부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역시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27일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8일 657개사의 주주총회가 진행된다. 슈퍼주총위크라 불리는 이번주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업이 주총일로 28일을 선택했다.

◇제약업계 흔들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가장 이슈가 되는 기업은 단연 ‘한미사이언스’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는데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 주총 표대결까지 왔다. 누가 승자가 되는지에 따라 기업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소액주주 표심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만큼 긴장감이 감돈다.

모녀 측은 승기를 잡으면 OCI그룹과의 통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늘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통해 OCI홀딩스 서진석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임주현 사장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내며 승계자로 지목했다.

반면 형제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 복귀에 나선다. 두 형제의 지분은 20.47%로, 당초 12.15%의 지분을 보유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이들 편에 서 통합반대 지분율을 40.56%까지 끌어올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는데, 26일 변수가 생겼다.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이사회 안과 주주제안이 경합하는 이사 및 감사위원 각 선임 안건에 대해 모녀 측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모녀 측 우호지분이 42.66%가 됐다.

결국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이 결정되게 되면서 그동안 신중하게 입장을 발혀온 한양정밀 신 회장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를 향한 당부의 말을 남긴 것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을 통해 신 회장은 “지난 한미 50년을 바라봐온 결과 지금 같은 입장을 낼 수 밖에 없었음을 주주분들이 더욱 잘 알 것”이라며 “소액주주께서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 지 좋은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포함한 개인주주들이 외면 받지 않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소액주주 분들도 제 판단을 믿고 확신을 갖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주장 반영했는데, 또?…JB금융지주

금융권 중에서는 ‘JB금융지주’가 주주제안을 두고 결전의 날을 맞는다.

JB금융그룹은 2023년 말 기준 14.61%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양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14.04%), 오케이저축은행(9.65%) 등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상임이사 수를 두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1인에서 2인으로 증원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섬에 따라 주총을 통해 결정된다.

지난 1월 정원 확대 등을 포함한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한 얼라인 측은 주총 안건으로 △비상임이사 후보자 이남우 △사외이사 후보자·사외인사인 감사위원 후보 김기석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 백준승, 김동환 선임 등을 올렸다.

이에 JB금융 측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미 얼라인 측의 요청사항을 적극 수용해 사외이사 수를 증원한 만큼 과다한 이사회 구성 운영이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소액주주·국민연금 반대 이중고 ‘DB하이텍’

마지막으로 ‘DB하이텍’은 소액주주 제안과 국민연금 반대 등 이중고를 넘어서야 한다.

우선 ‘DB하이텍소액주주연대’는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한 자기주식 소각을 주주제안으로 내놨다. 정관 신설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총회 권한에 자기주식 소각 결정 권한을 포함’하고 보통주 272만6653주의 1개월 후 소각하자는 것이다.

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한승엽 후보를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경우 ‘캐로피홀딩스’도 윤영목 후보를 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지난 26일 해당 주주제안에 대해 이사회와 주주총회 간 권한 분배 등을 고려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며 DB하이텍 손을 들어줬다.

다만 주주제안 윤영목·한승엽 후보 선임은 모두 찬성했다. 또 정관상 이사의 수를 4인 이상에서 4인 이상 8인 이하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을 제한할 우려 등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DB하이텍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자사주 안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대한 소액주주연대 지지의사를 전해들었다”며 “국민의 노후자산을 위한 결정으로서, 늦었지만 적극 환영의사를 밝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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