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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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 급락했다. 일부 종목은 국제 유가 폭락에 따라 괴리율이 1000%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928.61%까지 치솟았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본래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으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해당 종목 실제 가치가 시장가격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괴리율이 종가기준 231.71%에 달했으며,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괴리율 과다로 현재 거래 정지된 상태다.

안정화 수순을 보였던 원유 ETN 괴리율이 다시 급등한 것은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폭락장을 연출한 탓이다.

지난 20일 (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해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도 이날 만기를 맞은 5월물을 대체한 6월물이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떨어진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급락에 따라 유가 상승에 배팅했던 원유 ETN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도 커졌다. 지표가치보다 시장가격이 최대 80% 높게 형성된 종목을 현재 시장가격에 매수할 경우,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로 급격히 수렴하는 과정에서 괴리율만큼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이 유가 24달러, 지표가치 1762원, 시장가격 3190원(괴리율 81%)이라면 이미 81%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향후 유가가 33.6달러로 40% 상승한다고 해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유가 40% 상승을 반영한 지표가치(3172원)가 현재 매수가격(3190원)보다 작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한국거래소도 추가 조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일부 ETN의 매매거래를 이틀간 정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2종목이다. 해당 종목은 오는 27일부터 단일가매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주문이 유입될 때마다 거래를 체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주문을 모아 일정 시점에 한 가격으로 묶어 체결하는 식이다.

거래소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매거래 재개 당일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매매거래정지를 연장할 예정이다. 현재 매매거래가 정지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매매거래 재개는 별도로 공지한다.

한국거래소는 국제유가가 50% 이상 하락하는 경우 지표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초자산(WTI원유선물) 50% 이상 하락 시 지표가치가 ‘0’원이 되어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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