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속아 체크카드를 전달해준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홍콩에 사는 90세 할머니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무려 365억원이라는 큰돈을 송금한 사건을 해외기사로 접하면서 피해액수에 놀라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매주 보이스피싱 관련 기사를 접하는 것을 넘어서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및 백신접종을 빙자하여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거나, 악성앱 설치를 유도하여 자금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금융감독원 보도자료)한다고 하니 보이스피싱범죄가 얼마나 지능적으로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변호사인 필자는 최근에 개인회생 변제를 마치고 면책을 받은 A씨가 생활자금용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정부지원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디딤돌 대출상품이 있다고 속아 본인 소유의 체크카드를 전달 한 사건을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A씨에게 국민은행 직원 행세를 하며 정부지원 대출상품의 대출심사서류 작성을 위한 악성앱 설치를 요구하였고, 악성앱을 설치한 A씨는 실제 국민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여 대출관련 문의를 하였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 전화가 연결되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A씨에게 개인회생기간 동안 부족한 은행거래실적을 만들어야만 원하는 만큼의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속여 A씨로부터 체크카드 및 비밀번호를 전달받았습니다. 보이스피싱범죄조직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A씨의 체크카드로 돈을 인출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A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관련 사기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속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항변하였으나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전자금융법 제6조 및 제49조에서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 또는 정보로서 은행체크카드 등이 이에 해당)를 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가 어려웠고,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통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다음 막연히 대출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돌려받기로 하고 체크카드를 송부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대법원 2019. 6. 276. 선고, 2017도16946)라고 판시하였습니다.

A씨는 단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속아 체크카드를 전달해준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자신 또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A씨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필자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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