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율은 낮아졌지만 목표 물가 상승률 2%보다는 높고 여전히 고용이 견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모든 언론사의 주요 뉴스에 오른 미국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분석 내용이다. 고용 상황과 물가상승률이 금리와 무슨 관계이며, 더더욱 미국 금리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주요 뉴스의 반열에 오른 것인지, 저 뉴스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들은 또 몇이나 될 지, 필자는 참으로 엉뚱한 상상을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 언저리에서 30여년을 배회했으니 경제 또는 경제현상의 의미를 제법 알고 금리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얼추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예측의 영역에서는 번번이 깨지고 마는데, 저 ‘수준 높은’ 분석 기사를 일반 사람들은 반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금융사기 사건들로 인해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교육이 금융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금융을 배우지 않은 채 투자하는 것은 글을 모르면서 책을 읽으려 덤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글을 배우듯 금융도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어려서 배우고 체득한 지식과 경험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소속 전국 초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참가자의 97%가 정규수업을 통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금융경제 교육교재 부족과 교사의 금융역량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 않은가.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초등교육 과정에는 금융 관련 내용이 없고 중학교 사회과목에서도 금융 부분은 1개의 중단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에 비해 상황이 좀 나아서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해 오는 2025년부터 선택과목으로서 교사가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해서 배울 수 있도록 했지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 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를 선택한 학생들의 비율이 1% 수준까지 급전직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걸 보면 그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은 일찍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2018년 기준) 22개 주에서 고등학교 졸업 필수과목으로 경제가 들어가 있으며, 17개 주에서는 졸업 필수 과목으로 개인금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2014년 이후 중등 교육기관의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켰으며, 캐나다도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과 소비생활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사전은 금융을 ‘금전을 융통하는 일’ 또는 ‘이자를 붙여서 자금을 대차하는 일과 그 수급 관계’로, 교육을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교육은 ‘금융지식과 기술 따위를 장차 금융 소비자가 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금융교육 활성화 조례’나 현재 국회에서 입법 계류중인 ‘금융교육진흥법’에서는 금융교육을 ‘금융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건전한 금융역량을 향상시키며, 금융사고와 금융사기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기관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융교육의 목적을 금융지식과 역량의 함양에서 금융사기 등의 피해를 예방하는 데까지 넓힘으로써 학생들이 금융에 대한 지식과 기능 뿐 아니라 태도와 가치관 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금융교육의 목적이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금융교육의 목적이 이와 같다면, 우리는 몇 가지 의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 첫째가 우선순위다. 지식과 태도 중에 무엇부터 가르쳐야 옳은가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이 둘을 명확히 가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금융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보편교육의 역할을 한정해서는 금융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이자의 개념을 배우고 대출과 예금 그리고 주식과 투자와 같은 금융지식을 익히면 금융 문맹은 면할 수 있겠지만 돈을 빌리고 갚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투자의 결과는 또 얼마나 무서운지 등을 배우지 못한다면 금융 양극화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지식은 금융 태도와 함께 할 때만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돈을 빌릴 때는 자신의 소득을 면밀하게 판단해야 하며, 저축을 할 때는 위험과 수익과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몸에 베이도록 교육해야 하는 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무분별한 소비가 가져올 재앙을 설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금융교육이 보편적 학교 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의문이다. 대학입시와 무관한 교과목들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대접받고 있으며, 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입시와 무관한 금융교육을 보편 교육의 자리에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설령 그 자리에 오른다 해도 학생들의 지지 속에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학교 교육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와 무관한 과목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교육을 보편교육의 틀 안에서 다루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금융교육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 교육의 고유성만 고집하기보단 경제라는 큰 틀 속에 금융을 집어넣되 그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경제를 수능의 필수 과목으로(영어처럼 절대평가로 가능) 지정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금융교육을 학교교육으로만 가둬 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교육의 3요소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콘텐츠인데 기존 과목과 달리 이제 막 보편교육으로의 진입을 목표하는 금융교육의 특성상 금융지식을 갖춘 교사의 확보와 교육 콘텐츠 확보가 수월치 않을 것이다. 실제 경제금융교육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이 시급한 당면 과제로 금융경제교육 교재 부족과 교사의 금융역량 강화를 꼽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도 냉정히 따져보면 교사중심주의적 사고의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다. 금융업권에서 매년 퇴직하는 금융전문가 숫자가 줄잡아 일만 명이 넘는다. 개별 금융회사와 금융협회 그리고 정부기관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금융교육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으며, 이미 확보한 금융 콘텐츠는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다. 이를 적절히 배분하고 활용하는 제도가 없을 뿐이다.

금융교육은 학교교육이 전부일 수 없다.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든 사회공헌적 차원이든, 이미 다수의 금융회사와 금융 유관기관들이 나서서 금융교육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학교교육과 연계하면 금융교육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그와 동시에 금융교육을 보편교육의 틀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금융지식과 태도의 함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