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정민혁 기자>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투자자의 정보를 고려해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운용, 자문·관리해주는 자동화 서비스를 말한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로봇이 PB(Private Banker) 자산운용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에게 현재 소득, 은퇴 시기, 미래의 목표, 위험성향 등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투자자가 대답을 하면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거나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또한 계좌계설 및 금융상품 구입까지 모두 담당하는 형식으로 운용이 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많은 투자자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로 운용할 수 있다. 서비스 가입에 필요한 최소 거래 금액도 기존 자문서비스 대비 낮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비대면 투자 일임이 가능하다는 점과 투자를 처음 해 보는 이용자도 쉽고 편리하게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 자산가만 가능했던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의 문턱이 낮아지게 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주요 대상은 IT기기와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금융소비자층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와 자산운용이 필요한 노년층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전통적인 부유층에 비해 작지만 인원수가 많아 전체 시장규모가 큰 대중부유층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주요 대상이다. 이러한 고객층 확대로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성 제고에 고심하던 금융회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가장 활성화한 나라는 미국으로 올해 5월 기준 1825억달러 규모다. 다음으로 중국(271억달러), 영국(66억달러), 일본(24억달러), 캐나다(19억달러) 순이다.

미국에선 뱅가드그룹이나 찰스슈왑 같은 세계적인 펀드 회사들이 2015년 무렵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자산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도 최근 아콘그로우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손잡고 이용자들에게 새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스타트업 기업과 기존 금융회사와 제휴가 증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2018 대한민국 로보어드바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지난 2018년 1조원 규모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0조원 2025년에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권에서 보면 하나은행은 HAI Robo를 출시하고 Cyber PB를 운용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자산관리(WM)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그룹사와 연계한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구축 중이며 로보어드바이저가 탑재된 펀드추천서비스를 출시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에 외부업체 시스템을 연결해 포트폴리오 추천 및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군별 상장지수펀드를 자동으로 자산배분하는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한 상태다. 두 업체는 증권사나 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제공하고 투자일임이나 자문수수료를 받거나 온라인 펀드판매사를 통해 상장지수펀드로 자산배분을 하는 재간접펀드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도 상장지수펀드와 상장지수증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계와 손을 잡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한다.

핀테크업체인 에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한다. 에임의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는 모바일 기기로 개인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투자할 수 있게 돕는 게 특징이다.

그 외에도 디셈버앤컴퍼니, 쿼터백랩,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 등 핀테크 업체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추진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은 금융권이 늘어나면서 차츰 국내 시장에도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 도입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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