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정유라 기자> 조기 은퇴를 원하는 ‘파이어족’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벗어나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자립을 뜻하는 ‘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를 뜻하는 ‘Retire Early’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신조어다.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재정의 여유를 확보한 뒤 이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에는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잡코리아와 알바몬 등 취업 포털 사이트의 ‘짠테크 현황과 파이어족 의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 시절 짠테크를 통해 조기 은퇴를 할 의사가 있는,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47.8%에 달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돈에 얽매인 삶의 시간을 줄이려는 파이어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한화 11억원에서 22억원 정도를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연 5~6% 정도의 수익을 낼 시 그 수익금을 생활비로 쓰며, 최종적으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파이어족은 목표 실현을 위해 ‘짧게 벌고 적게 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소득의 60~70%를 저축하고 음식은 폐기 직전 할인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며 최대한 월세를 아낄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한다. 여행과 지인 모임 등 외부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가전제품도 크게 고장 나지 않는 한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윤서 연구원은 “파이어족 확산이 시사하는 바는 소비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라며 “이들의 궁극적 저축 개념은 미래의 시간을 모으는 것이다”고 말했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중심으로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로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파이어 운동이 확산되며 일에 대한 불만족도, 높은 청년실업률,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퇴 전략 중 하나로 파이어족을 선택한 현대인들에게 주의할 점도 있다.

우선 조기 은퇴 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자세히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과 나만의 시간을 위해 보낼 것인지 직장업무 외에 자기계발에 힘을 쏟을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정하는 식이다.

또 현재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충분히 계산해 미래에 사용할 목표금액을 제대로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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