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메리츠화재가 일부 상품의 인수기준 완화하고, 보장을 확대하는 등 장기인보험 상품 판매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위험손해율 관리에 들어가며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자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지시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날부터 운전자보험, 유병자보험, 치매보험 등 장기인보험 상품의 보장 한도를 확대한다.

우선 한때 논란이 있었던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자부상) 특약 한도를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20만원 상향했다.

자부상 특약은 운전 중이나 보행 중 차 사고가 났을 때 부상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하지만 2018년 판매 과정에서 설계사들의 잘못된 판매 방식과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로 인해 금융당국이 보장 한도에 제한을 걸었고, 손보사들도 손해율 관리를 이유로 그간 50만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었다.

실제 2018년 6월부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운전자보험 판매 방식을 보면 ‘의사 얼굴만 봐도’, ‘통원 시’, ‘스치기만 해도’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활용돼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그동안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보장 한도를 축소해 판매했지만, 메리츠화재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한도를 상향한 것이다.

경증치매 진단비도 60세까지 1000만원까지 가입 가능토록 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경증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신계약 창출에 몰두하는 셈이다.

경증치매의 경우도 의사 소견에 따라 보험금 지급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에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품이다.

335오간편건강보험은 뇌혈관질환 및 허혈성심장질환 등 2대질환의 보장 한도를 2000만원으로 높였다. 고령자나 유병자의 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 대한 보장을 높인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김용범 부회장의 장기인보험 시장 재공략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 취임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절약한 사업비로 초대형 점포제, 사업가형 지점장제, GA(법인보험대리점) 우호정책, 설계사 고수수료 제도를 펼치며 2017년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총자산 기준 5위사였던 메리츠화재의 영업전략은 GA 시장에서 효과를 나타냈고, 업계를 선도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지속적인 설계사 모집에 성공했고, GA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2019년 업계 1위 삼성화재를 월 기준 6차례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로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높은 계약이 대거 유입됐다고 판단,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부터 보장한도 축소 및 인수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메리츠화재 상품 가입 매력이 떨어지며 지난 1월 장기인보험 실적은 전년 대비 약 11.8%, 2월에는 약 8.4%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장기인보험 시장 공략해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 장기인보험 시장밖에 없다고 본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자동차보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사고율이 낮은 우량 물건 중심으로 유지하며 손실을 최소화했고, 일반보험 시장의 경우 신계약 활로를 모색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2018년 일반보험 강화를 위해 관련 부서 임원 선임과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자동차보험은 사업을 확장할수록 적자 규모만 커져 결국 메리츠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장기인보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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