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캡쳐)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캡쳐)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가 추진 촉구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입법 여부를 두고 세 가지 문제점이 또 지적됐다. 업권별 이권 다툼과 소비자의 개인정보 문제 등이 핵심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참여연대,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보험회사의 개인의료정보 전산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 대표는 “한국의 민영의료보험은 사실상 무규제 시장에서 성장했다”며 “민간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률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돈을 적게 주고 있다. 소비자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지급률을 개선하겠다고 보는 법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 의료정보 송부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는데, 디지털 헬스 데이터는 그 특성상 축적, 갱신될 수 있고 다른 자료와 쉽게 연계될 수 있다”며 “제3자에게 쉽게 넘겨질 수 있으며, 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기존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게 전통적인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최근 핀테크 기업 등이 나오고 보험사가 자회사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개인정보를 별도로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초래한 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디지털 의료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공적의료정보, 개인의료정보 사유화‧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전자정부법은 심평원 정보와 건강보험공단 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포괄적, 자동적으로 전자적, 정기적으로 이관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상 보호되는 민감정보인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게 귀속가능하게 하는 악법으로 헌법상 사생활 비밀의 보장권을 형해화하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며 “전자정부법과 보험업법 개정의 향방에 관해 현행 전자정부법 제43조의2 제1항과 같이 개인전자정보를 민간보험사 등 민간에게 포괄적, 전자적,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며 정보 주체가 동의해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되었다고 해도 사후 동의를 철회해 추가적 정보제공금지와 제3자에 대한 정보삭제 및 사용중지를 하게 하는 권리인 OPT‧OUT권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감정보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면서 정보주체의 명시적인 동의와 기술적‧관리적 안전조치 뿐 아니라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법률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여경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얼마 전 통과된 전자정부법 개정안에 따라 보험업법과 같은 태도가 국민의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를 대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등은 정보 주체에 대한 프로파일링 처리, 나아가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헀다.

이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프로파일링 및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위해 처리하는 것은 수기 등 기존 방식보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침해 위험성이 커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떄문에 통지 및 거부권 보장 등 그에 준하는 강화된 보호가 필요하다”며 “프로파일링 등 자동화된 처리에 대한 제한, 보호를 규정해야 하고 장기간 목적외 이용 및 제3자 제공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여러 국민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병원을 방문해서 영수증과 내역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 하다보니 귀찮아서 포기하는 분들이 어마어마하다”며 “의료민영화나 영리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주장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독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가입자의 동의와 선택은 금융거래의 기본이다. 고객의 동의에서 시작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사에 보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직접 보낸 정보를 무단전송, 제3자 제공은 불가능하다”며 “소비자 권익을 위해 다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상호간 청구 간소화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의료계의 경우 청구 간소화가 통과될 경우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수가가 공개될 것을 우려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의료수가가 공개될 경우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조정 압박이 들어갈 수 있는데, 개인 병원의 경우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청구 간소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발의된 법안들은 심사평가위원회(심평원) 또는 제3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고 보험사가 진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유사 법안이 수 차례 발의 됐음에도 의료계의 반대가 극심해 십 수년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회 초기부터 발의된 청구 간소화 법안들이 많았고, 관심을 갖는 의원들도 많아 다른 때보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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