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손해보험협회)
(사진 제공=손해보험협회)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안건을 놓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또 대립했다. 소비자도 간소화를 원하는 만큼 권익 신장을 위해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보험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전날 공동으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소비자단체·보험업계는 전산화를 찬성했고, 의료계는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근거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총 5건 계류하고 있다. 5건 모두 보험 계약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에 있어 굉장히 복잡한 과정에 있다는 게 문제”라며 병원에 서류 발급을 신청하고, 이걸 본인인 수령해서 청구서와 함께 보내야 한다. 이 불편한 절차의 가장 큰 문제는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구령권이 제한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절차가 복잡했다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며 “청구 전산화를 통해 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소비자의 시간, 노력,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걸 두고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일은 산업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중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 0.1%에 불과했다. 사실상 보험금 청구 전부가 아날로그 방식이거나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내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인 셈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

서 이사는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말하고 있다”며 “이미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과 핀테크 회사, 차트 회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상용화되고 있어 자생적으로 성장한 핀테크 회사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죽이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 간소화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걸 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판매는 많이 이뤄졌는데, 얼마나 가입자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했는지 싶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법무법인 율촌 신영수 변호사는 "의료계는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발하지만, 의료법에서 의료기록을 제3자에게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신용정보법에서도 신용정보 주체의 요청이 있으면 금융기관 등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환자가 의료기록 보유자 지위를 갖기 때문에 환자의 편익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보험업계 토론자인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현재도 이미 의료기관에서 실손 청구 서류를 발급해 주고 있으므로 청구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 개선에 참여하는 것을 의료기관에 새로운 의무가 생기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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